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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선박安全에 웬 놀이기구?… 눈속임 예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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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더 따내려… 사업名 과대포장·슬쩍 끼워넣기 판쳐]

고령화 대응 연구·개발 한다며 재난피해 명목으로 9억 책정

음식韓流, 3개 부처가 중복 편성

해외공관 파악 예산 잡으면서 여행금지 아프간 출장비 넣기도

정부의 내년 예산안과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과정에서 증액을 신청한 예산 가운데 '부실 예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명을 거창하게 포장하거나, 하위(下位) 사업으로 슬쩍 끼워넣는 방법으로 국회 예산 심사를 수월하게 통과하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00세 사회 고령화 대응 연구개발'(54억원) 사업에 '재난 피해자 안심 서비스 기술개발' 명목으로 9억원을 책정했다. 고령화와 무관한 재난 피해자 사업이 하나로 묶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심리 지원,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예결위원들은 "전형적인 눈속임 예산"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또 해양수산부는 '선박운송안전확보 사업'의 일환으로 '해양안전체험관 건립 예산'(13억원)을 요청했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무늬만 안전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체험관 안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해양레저체험·항행(航行)체험·바다놀이 기구 등을 설치하겠다는 사업 내용이 안전보다는 관광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이를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시설 안전 시스템 구축 사업'(15억원)도 내용을 보면 안전과는 무관한 '생활체육 (인터넷) 포털'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 해수부는 항구 청소가 목적인 '청항선(淸港船) 관리 및 선박 폐유 수거 사업'에 침몰 선박의 위치를 연구·조사하는 '침몰 선박 관리 사업'(2억원) 예산을 끼워넣기도 했다.

비슷한 사업을 여러 부처가 겹치기로 예산 신청한 경우도 많았다. 음식 한류 사업은 농식품부('한식 세계화'), 외교부('K-푸드 월드 페스티벌'), 해수부('K-씨푸드 사업') 등 3개 부처에 겹치기로 편성돼 있고, 안전행정부 '유비쿼터스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의 'ICT 기반 공공서비스 촉진 사업'과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국회 관계자는 "사업들이 통·폐합돼야 하지만 한번 시작한 사업은 폐지하기 어렵고, 예산을 무조건 많이 확보하고 보자는 부처 이기주의도 심각해 중복 예산이 넘쳐난다"고 했다.

예결위원들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예산도 한둘이 아니다"고 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선거 미(未)실시 해외공관 실태 파악 및 현지 교민 설명회 예산'을 잡으면서 여행 금지국인 아프가니스탄·예멘·리비아 출장비를 넣었다. 여야 의원 4명은 '농업행정 정보화 사업'의 일환이라며 '도청 방지 시스템 설치' 등 예산 7억원을 증액 요구했다. 한 야당 의원은 '푸른신호등 전국축구대회 개최 사업'(3억원)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으로 국토부에 전국택시운전사 축구대회 지원비를 요구했다.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맞춰 급조한 예산도 눈에 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조관광사업 발굴 및 육성 사업'(224억원), 대법원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한 IP 허브 코트 구축 사업'(3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예산은 예결위 심사에서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명대 행정학과 윤영진 교수는 "체계에 맞지 않는 예산들은 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방해하고, 추후 성과 분석이나 재정 투자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도 지장을 준다"며 "기재부와 국회가 더욱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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