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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공룡이 온다' 이케아 후폭풍에 중소가구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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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제품 겹치는 재래시장 직격탄

[비즈니스워치] 김성은 기자 sekim@bizwatch.co.kr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요. 술 마시면서 신세 한탄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죠.”

광명역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인근 소매점 사장들이 모일 때면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들어선 후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관련 업종은 줄초상 분위기다. 폐업하는 중소 가구점이 생기는가 하면 주변 소매점 상인들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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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에 오는 12월 18일 개점하는 이케아 광명점


중소 가구업체들은 이케아 진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싼값을 내세우는 덩치 큰 이케아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진영중고가구가전 전효준 사장은 “이케아 개장을 기다렸다가 가구를 사려는 고객들로 인해 매출이 20%정도 줄었다”며 “광명 뿐 아니라 독산동 가구거리까지 폐업하는 가구점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소 가구점 사장 박모 씨는 “국내는 원자재 값·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가구 제작이 힘들어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가구를 만들어 납품한다”며 “이케아가 들어오면 우리나라 중소업체들이 설 영역이 좁아져 문 닫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눈 뜨고 코 베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시공업체 등 이케아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광명시 하안동에서 10년째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가디자인의 김종택 사장은 “이케아가 설계·몰딩·목공 작업이나 기존에 설치된 붙박이장·싱크대를 교체하는 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가구 제조·판매 업체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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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샘플래그샵 잠실점 신혼모델하우스.(출처: 한샘)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 대형 업체들도 ‘올 게 왔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케아와 차별화 한다는 전략이다. 고객 가까이 파고들어 설비부터 시공, AS까지 책임지는 ‘고객 밀착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매출 감소는 예상하고 있다. 유럽의 윌리엄 소노마 등 중고가 가구 업체처럼 제품 고급화로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중소 가구 제조업체들이 무너질 경우 가구 산업이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케아 측은 우리나라 가구 업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광명점 일부에 국내 가구업체 전시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타 회사 매장에서 제품을 전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말이 나온다.

한편 이케아 광명점 근처 지역 상권은 고사 직전이다. 이케아가 가구 뿐 아니라 생활용품, 식음료 등도 함께 판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근 전통 시장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광명역에서 7km 가량 떨어진 새마을시장은 2년 전 광명역에 코스트코가 들어서자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상인들은 다음 달 이케아가 문을 열면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거라며 울상이다. 이케아가 가구 뿐 아니라 이불, 조명, 선반, 커튼에서 장난감, 화분, 액자까지 온갖 생활용품을 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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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가 한국 홈페이지에 공개한 각종 생활용품


광명동 새마을시장상인조합 관계자는 "가게세도 내지 못해 문 닫는 점포가 많다"며 "이케아가 들어서면 이대로 망한다는 분위기다. 재래시장이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광명역 인근 점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명동에서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손님들이 이케아로 발길을 돌릴 게 분명하다. 그저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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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광명지역 중·소상인들로 꾸려진 이케아 광명입점저지 대책위원회 소속 한 회원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1위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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