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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과연! 태평成大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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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성대 출신 선호 뚜렷, 2년 차에 내각·靑수석 5자리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에서도 학회·청와대 등 동문들이 주도
한국일보

성균관대는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공자 사당인 문묘(文廟)에서 선현에게 먼저 알리는 의식인 고유례(告由禮)를 한다. 성대 안 문묘 대성전에서 교수들이 고유례를 지내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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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도 아닌 요즘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당수가 성균관대와 연(緣)을 맺은 이들이고, 또 상당수는 ‘낙하산’논란을 겪는다는 점이다. 뉴스를 탄 성대 출신만 해도 국가기록원장, 청와대 재난안전비서관, 서울국세청장, KB금융지주회장, 우리은행 감사,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등 줄을 잇는다. 청와대가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공무원 연금개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성대 출신들이 주도한다는 사실이다. 핵심 실무자인 최재식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새누리당과 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 밑그림을 그리고 사퇴한 김용하 전 한국연금학회장,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남다른 안종범 경제수석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모두 성대 출신이다. 유 수석과 최 이사장은 사제지간이다.

작년 유행어인 태평성대(成大)가 올해는 태풍성대로, 다시 의리성대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성대 출신이 고위직뿐 아니라 이제는 저변으로 확산 배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성대 출신들도 사석에서 응원구호 ‘킹고(King-go:왕의 행차)’대신 ‘의리의리’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는 성시경(성대ㆍ고시ㆍ경기고 출신) 내각으로 요약됐다. 총리, 장관, 청와대 수석 등 고위직 30개 중 7개가 성대 출신에게 돌아갔다. 집권 2년 차에서도 성대는 총리, 법무장관을 비롯 청와대 수석 10자리(공석 1자리 포함) 가운데 국정기획, 경제, 인사까지 3곳을 차지했다. 그 밖에도 성대 출신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은 정부가 공직사회 수술에 나서면서 생긴 빈 자리를 메우고 있고, 공공기관, 경제계 자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본보가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감사에 선임된 151명을 조사한 결과, 모두 13명(8.6%)이 성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눈에 크게 띄는 수치는 아니지만 타 대학 출신 비율이나, 성대 출신의 국가고시 합격률 등에 비춰보면 성대 출신이 이번 정부에서 선호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공기관의 성대출신 수장 5명 중 3명은 주무부처 고위직 출신으로 이른바 관피아였고, 일부 감사는 정치권 낙하산을 타고 배치됐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가 윤종규 회장을 내정하면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3곳을 성대 출신이 차지, 성대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성대는 고려대를 제치고 연세대, 서울대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재계의 경우 작년 4대 그룹 부사장 이상 승진자에서 성대 출신은 고려대 출신보다 많은 3위였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직접 인사를 챙기는 스타일이라 선호 학맥은 있을 수 없다”고 억울해 한다. 하지만 성대 출신이 이번 정부에서 두드러진 이유를 놓고 서강대 후광효과라는 분석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관료가 적어 그 차선으로 성대를 등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대 측은 “연줄과 상관없이 성대의 잠재력이 드러난 결과”라고 다르게 해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려대, 노무현 정부에서는 연세대 출신이 중용된 걸 보면 정권마다 선호 학맥이 있어온 게 사실이다. 이번 정부도 과거 정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기홍 경북대 정외과 교수는 “인사가 학연에 편중되다 보면 지나친 충성심 작용으로 국정운영의 편향성, 부패가 나타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며 “편중인사를 막으려는 정권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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