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수영장 살인사건 미궁으로
재조사 끝에 포터를 살인범으로 지목했던 증거들은 하나하나 기각됐다. 일리노이대 저널리즘 전공 학생들과 교수가 그의 누명을 벗기는 데 기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앨스토리 사이먼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용의자를 진범으로 지목했다. 이듬해 포터는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대신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사이먼은 징역 37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전 세계가 사형제의 위험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고, 일리노이주는 2001년 결국 사형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15년이 지나 또 한 차례 반전이 일어났다. 사이먼 역시 진범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사이먼은 복역 중 “강요에 의해 거짓자백을 했다”며 진술을 전면 뒤집었고, 당시 포터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검찰이 짜맞추기식 수사로 자신을 범인으로 몰았다고 주장했다. 아니타 알바레스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검사장은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사이먼에 대한 수사에 결함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기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알바레스 검사장은 “우리는 어떤 다른 결론도 찾지 못했지만, 당시의 조사는 매우 결함이 많았고 부정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사이먼에 대한 기소를 더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법원은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이먼에 대한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32년 전 살인사건에 대해 사이먼이나 포터 중 한 사람이 진범인지, 제3의 인물이 진범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로써 워싱턴파크 수영장 살인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알바레스 검사장은 포터를 다시 기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재기소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매우 불만족스러운 결과지만, 우리는 부당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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