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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QE 끝나자 `초엔저` 공습…한국경제는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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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엔저 공포 ◆

매일경제

10월 마지막날 금요일, 11월 1일부터 사흘 동안의 연휴를 준비하던 일본 금융시장은 일본은행(BOJ)의 전격적인 2차 양적완화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닛케이225 주가지수는 무려 4.8% 폭등하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당 엔화값도 이날 밤 10시 20분 현재 유럽외환시장에서 112.15엔까지 급락했다. 2008년 1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BOJ의 2차 양적완화는 전격적이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BOJ의 양적완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앞서 실시한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32명의 경제 전문가들 가운데 단 3명만이 BOJ가 이날 추가 완화에 나설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해 4월 상상을 초월한 1차 양적완화에 이어 또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4월 BOJ는 2012년 말 138조엔이었던 본원통화를 향후 2년 동안 2배인 270조엔으로 늘리는 1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2년 내 물가상승률을 2%로 높여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따라 2013년 말 본원통화는 202조엔까지 늘었다. 올해 말까지 본원통화는 270조엔까지 늘어날 예정이었다.

구로다 총재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올해 4월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는 물론 생산까지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이날 2차 양적완화를 전격 결정했다.

이날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0%로 전날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게다가 소비세 인상효과를 제외하면 상승률은 1.0%에 불과하다.

구로다 총재는 “경기 기조는 완만한 회복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소비세율 인상 후 수요 측면에서 침체된 움직임을 보이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물가 하락 압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 이 같은 물가 하락 압력이 남아 있는 경우 지금까지 계속 진행된 디플레이션 심리를 전환하는 것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며 “위험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추가완화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양적완화의 핵심은 연간 본원통화 공급량을 60조~70조엔보다 10조~20조엔 늘려 최대 80조엔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달부터 실행하면 올해 말 본원통화는 270조엔이 아니라 275조엔으로 늘어난다.

이를 위한 수단은 장기국채 매입을 늘리는 것이다. BOJ는 당초 연 50조엔씩 늘려오던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향후 연 8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채의 잔존만기도 기존 7년에서 7~10년으로 3년 정도 늘리기로 했다. 잔존만기 확대는 양적완화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OJ는 또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본 부동산투자신탁(JREITs)의 연간 매입 규모도 각각 3조엔과 900억엔으로 기존보다 3배 늘리기로 했다. 이번 양적완화는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결정됐다.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지수는 755.56포인트 오른 1만6413.76으로 2007 년 11월 2일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상승폭도 2008년 10월 30일 이후 약 6년 만에 최대치였다.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GPIF가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현재의 2배인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과 맞물려 닛케이 지수는 급등세를 보였다.

올해 말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앞두고 경기지표 부진으로 인해 전전긍긍하던 아베 정권에 BOJ가 큰 선물을 안겨줬다.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찰떡 궁합이 다시 한번 발휘된 셈이다.

한편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한국시간으로 밤 10시 30분 기준 독일 DAX지수가 전일 대비 2.13% 올랐고 프랑스 CAC40 지수도 2.36%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도 개장과 함께 강세를 보이면서 다우지수가 장중 전일 대비 0.8% 상승해 지난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QE3가 종료되면서 멈춘 유동성 공급을 일본은행이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전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탓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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