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달러 강세 한국수출에 호재, 금리 인상 땐 가계빚 뇌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은

“양적완화 종료 예상됐던 일”

코스피 0.11% 하락에 그쳐

미 금리 인상 → 한국도 인상

빚 갚는 은퇴세대 타격 우려

미국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QE)를 종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30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3포인트(0.67%) 떨어져 1950선이 깨지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폭이 줄며 0.11% 하락한 1958.93으로 끝났다. 외환시장도 비교적 차분했다. 환율이 요동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8.2원 떨어진 1055.5원으로 마감했다. 정병훈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양적완화 종료를 염두에 둔 외국인의 매도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은 국내외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악재나 호재가 보이지 않아 증시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당장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종료는 예상됐던 일이고, 미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큰 충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6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낮은 단기외채 비중 ▶사상 최고 수준의 경상흑자(9월까지 618억6000만 달러) 덕분에 달러 탈출 충격을 버틸 체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기도 하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안정적이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한국에서 한꺼번에 돈을 빼가는 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미국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은 한국 기업 입장에선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유럽 시장의 부진을 미국 시장에서 만회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양적완화 종료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도 국내 수출기업으로선 호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양적완화 종료와 미국 소비 시즌을 앞두고 있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가 ‘뇌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040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2% 늘었다. 또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면서 올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5.1%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소득에 비해 갚아야 할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뇌관에 불이 붙을 수 있다. 달러 엑소더스(대탈출)를 막기 위해 한은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빚 갚을 능력이 취약한 한계선상의 가계 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 있다. 1998년과 2008년 겪었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은퇴를 했거나 눈앞에 두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약한 고리다. 한은 허재성 부총재보는 “50대 이상 은퇴 연령층은 부채 증가율에 비해 소득 증가율이 낮다”며 “이들 세대는 주택담보대출을 내 자영업에 무더기로 진출했는데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 이들이 파산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이뤄져 있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은 전면적 위기로 번질 위험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소득계층별로 나눠봤을 때 하위 20%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은 전체의 7% 안팎으로 추산된다”며 “한계선상의 가계가 상당수 파산하더라도 전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은행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도 잠재적인 위험 요소다. 올 들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0.7%)를 기록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Fed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국 불안 등에 따라 자본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와 기업의 성장성·수익성 부진 등이 위험요소로 잠재돼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나타났던 달러 강세 속 엔화 약세 추세가 재연된다면 국내 기업 부담은 더 커진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도 일본이나 유럽은 양적완화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염지현·조현숙·이한길 기자

염지현.조현숙.이한길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