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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팔리지 않는 재고, 발등에 불 떨어진 그래픽카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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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최용석] 최근 그래픽카드 시장에 ‘재고 처리’ 비상이 걸렸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지포스 900’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기존 중고급형 그래픽카드 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포스 GTX 980과 GTX 970의 가격이 예상 외로 싼 가격에 시장에 출시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월등한 성능에 각종 신기술을 탑재한 GTX 980/970이 기존 세대 최상위 제품인 GTX 780/780Ti와 같거나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서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포스 GTX 980/970이 기존 GTX 780/780Ti에 비해 성능은 더 우수한데 소비전력은 오히려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GTX 760~780Ti에 이르는 기존 세대 라인업은 시장 경쟁력을 상실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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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성능과 적당한 가격의 지포스 900시리즈 출시로 인해 기존 중상급 제품들이 순식간에 악성 재고로 전락해 버렸다. (사진=엔비디아)

제조 및 유통사들이 지포스 700시리즈 중상급 제품 가격을 부랴부랴 인하했지만 이미 판매량은 곤두박질 친 상태다. 중고 거래량도 지포스 900시리즈 출시 이후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포스 700 시리즈 상급 제품뿐만 아니라 이전 세대인 600대 시리즈의 상위급 제품 재고 또한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특가판매, 사은품 증정 등의 이벤트를 연이어 진행하며 재고 소진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그래픽카드 업계 관계자는 “지포스 900시리즈 신제품이 처음부터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풀리면서 기존 600 및 700시리즈 중상급 제품들의 재고를 정리할 타이밍을 놓쳤다”라며 “기존 700시리즈의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900시리즈가 너무 좋게 나온 나머지 소비자들은 더 비싼 900시리즈를 선호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쟁사인 AMD의 그래픽카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라데온 R9 290/290X 등 기존 최상급 제품들의 성능이 지포스 GTX 980/970에 밀리면서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 시장의 주도권을 엔비디아에게 내준 상황이기 때문이다.

AMD 역시 상위 라인업의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았지만 여전히 가성비에서 지포스 GTX 980/970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최근 선보인 ‘Tonga’ GPU 기반 ‘라데온 R9 285’가 기대와는 달리 어정쩡한 성능과 포지션으로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도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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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D도 가격인하 카드와 무료 게임 쿠폰 증정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사진=제이씨현, AMD)

현재 AMD 기반 그래픽카드 유통사들도 자체적인 특가 판매와 ‘네버 세틀 포에버’라는 AMD 주도의 게임쿠폰 증정 프로모션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며 판매량 회복에 힘을 쓰는 중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친 엔비디아 성향의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을 쉽게 돌리기가 힘든데다, 쿠폰으로 제공되는 무료 게임도 국내 게이머들의 성향과 다소 거리가 먼 패키지 게임 위주라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통사는 게임 쿠폰 준비 및 증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외적인 상황도 그래픽카드 시장에 좋지 않다. 세계 PC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고성능의 그래픽카드와는 거리가 먼 B2B 시장이 중심이다.

게다가 전체적인 PC 시장을 견인할 인텔의 차세대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 운영체제는 내년 초에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대만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PC제조업계는 소비자들의 대기 심리 때문에 4분기 출고량이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 본 상황이다.

쌓여있는 재고가 쉽게 줄지 않는데다, 연말 특수마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의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울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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