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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6억 집 팔 때 중개수수료, 540만원 →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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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전세는 240만 → 120만원

정부, 2000년 정한 규정 손질

중개사들 “생계 위협” 반발

중앙일보

8월 서울 목동아파트 5단지에선 65㎡ 물건이 5억9300만원에 팔렸다. 이 집을 사고판 사람이 중개수수료를 깎지 않았다면 공인중개사에게 낸 이른바 ‘복비’는 각각 237만원이다. 2억~6억원짜리 매매에선 중개사가 수수료를 0.4%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달 이 아파트의 다른 층에 있는 집은 6억원에 팔렸다. 이럴 때 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540만원까지 올라간다. 6억원 이상 주택은 매매 수수료 상한선이 0.9%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6억원에 판 집주인은 겉으로 볼 때 700만원을 더 손에 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수료를 감안하면 실제로 더 얻은 이익은 397만원[700만-(540만-237만)]이다. 집을 사는 사람도 집값 700만원을 더 내는 데다 수수료 차액(303만원)을 얹으면 실제 더 부담해야 하는 돈은 1003만원이 된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정부가 6억원 이상 집을 고가 주택으로 분류한 2000년 중개수수료 규정을 그대로 쓰고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6억원 미만 주택을 사는 것에 대해선 서민 보호를 명분으로 중개수수료를 최대 0.4%로 규제했다. 2000년엔 6억원 이상 주택이 1%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정책에 실효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후 집값이 계속 올랐고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서 6억원이 넘는 아파트 비율은 25~30%에 이른다.

정부가 주택 매매 중개수수료 체계 수술에 나선 건 이 때문이다. 6억~9억원 주택 매매 수수료 상한선을 0.9%에서 0.5%로 낮추기로 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6억원짜리 목동아파트 5단지 매매 수수료 최대 금액은 54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준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중개보수체계 개선방안’을 23일 발표했다. 개편안은 이르면 내년 초 시행된다. 정부는 수수료 부담을 낮춰 주택 매매 거래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래 목표는 부동산 수수료 분쟁 예방과 주거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라면서도 “이에 따라 주택 매매가 활성화돼 경제가 살아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다수 국민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3억원 이상 전세에 대한 수수료도 내려간다. 지금은 전셋값 3억원 이상이면 0.8%까지 수수료를 낸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3억~6억원 전셋집에 대한 수수료는 0.4% 이하로 제한된다. 3억원 전셋집의 중개수수료 상한액은 24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월세 계약을 맺을 땐 ‘보증금+월세×100’을 거래 금액으로 보고 전세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예컨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만원짜리 계약은 1억5000만원(1억+50만×100)짜리 전세로 간주하는 것이다. 정부는 오피스텔도 주거용에 한해 수수료 상한선을 낮추기로 했다. 현재 오피스텔 수수료는 0.9%인데 개편안에 따르면 매매는 0.5%, 전·월세 거래는 0.4%까지만 인정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수입 감소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2000년 4만5845곳이던 중개업소는 지난해 8만2214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 상황에서 수수료율 상한선을 내리면 중개사는 최소한의 생계조차 잇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날 경기도 안양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개편안 공청회도 중개사 500명이 물품을 단상에 던지고 토론자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항의했다. 대기실로 몸을 피한 토론자들은 한 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결국 공청회는 무산됐다.

세종=최선욱 기자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최선욱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isot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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