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대학의 경영대 학생인 프란치스코 니콜라스 고메스 이글레시아스(20)는 지난 주 경찰에 체포됐다. 그를 조사한 사법 당국은 대학생의 허술한 사기행각에 스페인 주요 기관이 모두 속아 넘어간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메스 이글레시아스는 정부 자문위원을 사칭해 정치인들이나 주요 재계 인사들과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들과 어울려 레알마드리드 축구경기 때 VIP룸에서 시합을 관람하기도 했다. 심지어 거짓된 신분으로 기업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해 재계 인사로부터 2만5000유로(약 3400만원)의 사례금을 받기도 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정부 비밀요원을 사칭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동차에 경찰 경고등을 달고 다니거나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했다. 가장 압권은 지난 6월 펠리페6세 국왕의 즉위식에까지 초대받은 것이다. 그는 철통같은 궁전 경호원 앞을 유유히 통과해 펠리페6세와 직접 악수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다.
스페인의 상류층 인사들은 고메스 이글레시아스가 유명인사들과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고 깜쪽같이 속아넘어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전직 교수이자 통상부 장관인 가르시아-레가스와의 친분을 악용했다. 가르시아-레가스는 현지 언론에 “고메스 이글레시아스와 안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재계 인사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나를 팔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1년 전부터 교류를 끊었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고메스 이글레시아스의 사건이 스페인의 허술한 사회 보안 시스템과 인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메스 이글레시아스의 언론접촉은 금지돼 있는 상태라 그가 왜 이런 간 큰 사기행각을 벌인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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