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성매매 덫 걸린 탈북 여성 “북 가족에 돈 부치려…” 경찰 붙잡혀 하염없는 눈물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ㄱ씨(24)는 북한에서 지독한 가난 때문에 4년 전 가족을 두고 홀로 탈출했다. 그가 남한에 도착하자 정부는 700여만원의 정착자금과 함께 6개월간 40여만원의 기초생계비를 지급했다. 그는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면서도 혼자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외로울 때는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함께 나온 친구들과 외로움을 달랬다.

시간이 지나면서 ㄱ씨의 생활은 어려워졌다. 기초생계비 지원이 끝났다. 분할 지급되는 정착자금으론 생활이 힘들었다. 더 이상 가족에게 돈을 보내줄 수도 없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남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괜찮은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ㄱ씨는 어느 날 주변 친구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에 들어가니 ‘오피○○’로 시작되는 업체들이 파격적인 급료를 제시했다. 한 업체에 전화를 걸자 “한 번에 8만원씩 하루 5번에 40만원, 일주일이면 2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성매매는 불법이었지만 ㄱ씨는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제안에 응했다. 업주는 ㄱ씨를 학교 주변 성매매 장소인 오피스텔로 보냈다. 남성도 와 있었다. 하지만 잠시 뒤 경찰이 현장을 급습했다. 남한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던 ㄱ씨가 ‘범법자’ 굴레를 쓰는 순간이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관내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ㄱ씨와 성매수남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업주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받으러 온 ㄱ씨가 ‘가족에게 돈을 부치려다 그랬다’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