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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 ‘셰일가스 혁명’ 타고 최대 산유국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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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이달 중 사우디 제칠 것”… 원유값 하락에 기여

약해진 중동 에너지 패권, 미국의 군사개입 축소 불러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 덕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에너지시장의 재편은 석유시장뿐 아니라 국제지정학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예전보다 중동 분쟁에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도 중동 석유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의존도가 줄어든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미국이 이번달이나 다음달에는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의 산유량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IEA가 집계한 산유량에는 원유뿐 아니라 에탄과 프로판 등 석유 액화 추출물도 포함된다. 미국의 지난 6월과 8월 산유량은 하루 평균 1150만배럴로 사우디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우디는 미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가 “미국의 석유생산량 증가가 사우디의 영향력을 손상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필요하다면 하루 250만배럴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석유차관은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과 수요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 예비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석유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국제 원유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우디조차 부인하지 않는다. 국제 원유가격은 시리아와 리비아 내전, 이라크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95.60달러를 기록하면서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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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산유량이 증가한 것은 이른바 ‘셰일 혁명’ 덕분이다. 셰일가스는 바다 밑 진흙이 퇴적돼 굳어진 암석층, 즉 ‘혈암층(shale)’에 들어 있는 천연가스를 가리킨다. 수압파쇄나 수평시추 공법 등 채굴기술이 발전하면서 셰일가스를 대량 추출할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오랫동안 채산성이 없다고 여겨졌던 텍사스와 다코타 북부에서까지 석유개발 붐이 일고 있다. 2008년 하루 500만배럴에 불과하던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이번달 887만배럴까지 치솟았고 올해 안에 900만배럴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새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350만배럴가량 늘었는데 이는 전 세계 석유공급 증가량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의 수입 에너지 의존도는 크게 줄고 있다. 미국의 전체 액화연료 소비에서 수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60%에서 내년에 21%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수입 석유량 중 13%가량을 걸프 국가들이 차지했는데 이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에너지시장 재편은 외교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너지 수입이 감소했다 해서 미국이 중동에서 군대를 (완전히) 빼낸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서의 군사개입을 줄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중동 석유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미국보다 중국과 중동의 이해관계가 더 밀접해지고 있다”면서 “중국 해군함이 사상 처음으로 최근 이란과 합동 군사훈련을 펼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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