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는 9월 30일 '차세대 윈도(코드명: 스레시홀드)'와 '차세대 윈도를 어떻게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논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 사실 차세대 윈도의 진정한 이름은 MS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른다. 단지 '윈도7, 8 다음이니 9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윈도9이라고 다들 부르고 있다. 그러니 이번 기사에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차세대 윈도를 윈도9이라고 부르겠다.
이처럼 이름조차 베일에 싸인 윈도9이지만, 궁금해하는 사용자의 열망을 이길 순 없었나 보다. 독일의 IT 매체인 컴퓨터베이스와 윈퓨처를 통해 스크린샷과 동영상이 대거 유출됐다. 이를 통해 달라진 점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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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윈도9 스크린샷>
돌아온 시작 메뉴
윈도9은 MS의 반성을 담은 운영체제다. 어떤 반성을 담은걸까. 사용자의 의향을 물어보지 않고 멋대로 사용자 환경(UI)을 뜯어고친 실수를 반성하는 것이다.MS는 다가오는 태블릿PC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태블릿PC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 '모던UI'를 고안해내고 이를 윈도8에 적용했다. 모던 UI는 분명 편리했다. 태블릿PC에 한정해서. 터치스크린이 없는, 그래서 마우스와 키보드로만 조작해야 하는 일반 데스크톱PC와 노트북에선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사용자의 부적응은 처참한 결과를 불러들였다.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즈의 7월 조사결과에 따르면 윈도8(윈도8.1 포함)의 시장 점유율은 12.48%에 불과하다. 윈도7은 커녕 윈도XP만도 못하다. 출시하고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10%를 간신히 넘은 것이 고작이다. 전작 윈도7은 꾸준히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윈도8은 오히려 줄어드는 굴욕까지 맛봤다. (6월 12.54% > 7월 12.48%)
MS가 다른 운영체제가 흉내낼 수 없는 윈도만의 장점으로 꾸준히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호환성'이다. 윈도95, 98 시절 개발된 응용 프로그램(레거시 앱)을 윈도7, 8으로도 실행할 수 있다. 분명 OS X, 리눅스 등은 흉내내지 못하는 윈도만의 강점이다.
호환성은 레거시 앱 실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윈도95부터 윈도7까지 꾸준히 유지해온 '시작 버튼'과 '시작 메뉴' 그리고 '탐색기 기반의 사용자 환경'도 호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데스크톱UI'라고 부른다. 이 UI 덕분에 사용자들은 쉽고 간단하게 새로운 윈도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MS는 윈도8의 호환성을 스스로 걷어찼다. 시작 버튼을 지우고, 시작 메뉴를 모던UI로 대체했다. 사용자들은 당황했다. 새로운 IT 문물에 쉽게 익숙해지는 20~30대 남성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용자들에게 윈도8의 모던UI는 생소하기 그지 없었다. 생소함은 부적응을 불렀고, 부적응은 외면을 불렀다. 윈도8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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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제와서 모던UI를 포기할 수는 없다. 태블릿PC 한정으로 편리한 것은 분명 사실이다. 모던UI를 적용한 윈도8 태블릿PC와 윈도폰도 (3위이긴 하지만) 나름 시장에 안착했다. 10%가 넘는 점유율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칠 수는 없다.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
윈도9은 시작 버튼과 시작 메뉴를 원하는 사용자와 모던UI를 원하는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운영체제다. 비결은 '사용자 환경 분리'다. 데스크톱UI와 모던UI를 분리해 데스크톱PC와 노트북 사용자는 데스크톱UI만으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던UI만으로 윈도9을 이용할 수 있다.
윈도9은 시작 버튼과 시작 메뉴가 돌아온다. 왼쪽 하단 시작 버튼을 누르면 우리에게 익숙한 시작 메뉴가 다시 나타난다. 제어판, 내컴퓨터, 전원 종료 등을 품고 있는, 그래서 우리가 돌아오길 소망했던 바로 그 시작 메뉴다. 하지만 프로그램 목록은 조금 화려하게 변했다. 윈도7처럼 프로그램 목록을 빽빽한 ‘아이콘'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큼직하고 미려한 모던UI의 '타일 형태'로 보여준다. 시작 메뉴를 살려내면서, 찾기 쉽고 위젯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타일의 장점을 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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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윈도9 스크린샷, 시작 메뉴가 다시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데스크톱UI에선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모던UI 화면을 볼 수 없다. ‘윈도’ 버튼을 눌러도 시작 메뉴만 나타날 뿐이다. 윈도7과 같은 느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모던 UI를 보고 싶다면 화면 하단 작업 표시줄을 우클릭해 설정화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시작화면(모던UI) 대신 시작메뉴 사용’ 옵션을 체크 해제하면 다시 모던UI를 볼 수 있다. 알다시피 모던UI는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이다. 모던UI 사용자는 레거시 앱을 실행하거나 데스크톱 타일을 선택하기 전까진 데스크톱UI를 보지 않아도 된다. 윈도8과 같다.
MS는 기기에 따라 윈도9의 기본 설정값을 다르게 할 모양이다. 데스크톱PC 및 노트북에 설치된 윈도9에는 '시작화면 대신 시작메뉴 사용' 옵션을 체크해서, 태블릿PC에 설치된 윈도9에는 '시작화면 대신 시작메뉴 사용' 옵션을 체크 해제해서 출고할 전망이다.
데스크톱UI만 원하는 사용자에겐 데스크톱UI만 보여주고, 모던UI만 원하는 사용자에겐 모던UI만 보여준다. 둘 다 원하는 사용자에겐 둘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윈도9에 도입되는 사용자 환경 분리의 핵심이다.
더 화려하고 더 유용한 라이브 타일
모던UI의 타일 기능도 한층 개선된다. MS가 아이콘을 타일로 바꾸면서 강조한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실시간 정보 전달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위젯'처럼 시시각각 갱신되는 정보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메일, 날씨, 일정, 사진, 앱 장터 등 여러 앱에 적용돼 있다.
이러한 라이브 타일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단순히 정보만 보여주는 것에서 벗어나 ‘폴더’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큰 타일 속에 여러가지 파일과 아이콘(작은 타일 포함)을 배치해 모던UI를 한층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설치된 앱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특정 앱을 찾기 어려워지는 모던UI의 단점을 개선한 것이다.
통합 알림 기능 제공
윈도9에는 통합 알림창(Notifications)이 추가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처음 선보인 이래 다른 운영체제에도 속속 추가되고 있는 바로 그 통합 알림창이다.과거에는 화면 가운데에 팝업창을 띄우는 앱, 오른쪽 하단에 요약 메시지를 띄우는 앱, 작업 표시줄의 아이콘이 깜박거리는 앱 등 알림 표시 방법이 제각각이었다. 이제 달라진다.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있거나, 새 이메일이 도착하거나, 메신저(카카오톡, 라인, 스카이프 등) 또는 SNS(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글이 올라오면 이를 한군데 모아서 보여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에 있는 알림창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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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바탕화면 기능 추가
변화가 없을 것 같던 데스크톱UI마저 크게 변한다. 하나의 화면으로도 여러 화면(다중 모니터)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작업 효율을 얻을 수 있는 '다중 바탕화면(멀티 데스크톱)' 기능이 추가되기 때문이다.기존 윈도는 앱을 실행하면 실행할 수록 화면이 난잡해졌다. ALT+Tab이나 작업 표시줄을 이용해 앱을 전환할 수 있다지만, 작업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사용자는 여러 바탕화면에 앱을 분산 배치하기 위해 모니터를 여러 대 구매해야 했다.
윈도9은 화면(모니터)이 하나라도 바탕화면을 여러 개 생성할 수 있다. '바탕화면1', '바탕화면2', '바탕화면3' 같은 형태다. 여기에 앱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작업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바탕화면1에는 인터넷 창을 띄우고, 바탕화면2에는 MS 워드를 띄우고, 바탕화면에는 PDF 문서를 띄운다. 그 다음 단축키, 터치스크린(터치패드 포함) 제스쳐, 화면 모서리 마우스 스크롤 등을 이용해 바탕화면을 재빠르게 전환해가며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이동이 잦아 노트북만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대학생이나 비즈니스맨에게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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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9에 추가된 다중 바탕화면 기능>
다중 바탕화면은 정말 유용한 기능이다. 윈도9 최대의 혁신이라고 부를 만하다. 하지만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OS X의 핵심 UI인 ‘미션 컨트롤’과 동일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미션 컨트롤이 어떤 기능인지는 '맥북 100% 활용하기 - 미션 컨트롤' 기사를 참고할 것.
<OS X의 핵심 UI 미션 컨트롤>
음성 비서 코타나
윈도9에는 MS의 음성 비서 서비스 '코타나(Cortana)'가 추가된다. 사용자가 궁금한 점을 음성으로 물어보면, MS의 데이터센터에 축적된 데이터(애저 서비스)와 MS의 검색엔진 빙(Bing)의 검색 결과를 활용해 답을 들려주는 서비스다. 애플 시리, 구글 나우와 유사하다. 얼마 전 열린 브라질월드컵의 경기 결과를 결승전까지 모두 미리 맞추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사용법은 윈도폰8.1과 동일할 전망이다. 윈도키를 1초 이상 누르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윈도9이 아니라 그냥 윈도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차세대 윈도를 윈도9이라고 불렀지만, 윈도9 대신 다른 이름으로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IT 매체 더버지는 차세대 윈도의 이름은 그냥 '윈도(Windows)'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유출된 윈도9 스크린샷 그 어디에도 '윈도9'이라는 단어는 없다. 단지 '윈도'만 존재할 뿐이다.왜 이름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걸까. 이유는 정책의 변화다. 윈도는 지금까지 2~3년 주기로 큼직큼직한 변화를 품고 출시됐다. 계단 형태의 수명 주기를 보여줬다는 뜻. 하지만 더버지는 "이제 기존 정책으론 윈도의 시장영향력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 OS X처럼 자잘한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변화를 상징하는 꼬리표(숫자)를 떼고 윈도란 이름만 남을 것"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개인사용자에게 윈도를 고가로 판매하는 현재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다"며, "윈도의 가격이 대폭 낮아지거나 아예 무료로 바뀔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더버지의 예측이 맞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윈도9의 진정한 이름과 구체적인 변경점은 오는 30일 정확히 알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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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화면, 이 메뉴에는 설치된 윈도 운영체제의 정확한 이름이 적혀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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