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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논란 커지는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내구성 떨어지고 미세먼지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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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아반떼MD 2012년형을 타는 김 모 씨(34)는 단순 정비를 위해 가까운 현대차 공식 정비 사업소를 찾았다. 엔진오일 등을 교체할 생각이었던 김 씨는 “엔진 주변에 탄소 찌꺼기가 많다. 오일을 갈기 전에 연료라인 세정 작업을 받는 게 좋겠다”는 담당 정비사의 말에 당황했다. 아직 3만㎞를 채 타지 않은 김 씨는 “말도 안 된다. 오일만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정비사는 “GDI(가솔린 직분사, 잠깐용어 참조) 엔진 특성상 찌꺼기가 많이 낀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연비가 떨어지고 소음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0년 GDI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전체 가솔린차 중 5.18%에 불과했으나 2012년 45.38%로 급격히 늘었다. 현재 가솔린차의 절반 이상이 GDI 엔진을 단 차량이다. 디젤 차량이 인기를 끌면서 가솔린 엔진이 디젤화돼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은 직분사 엔진을 기본으로 하고, GDI 역시 직분사 방식이다.

GDI 방식이란 연소실 안으로 연료를 직접 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료를 포트(연료주입관)를 통해 공기와 미리 섞은 뒤 연소실 내부로 주입시키는 기존 다중분사(MPI)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GDI 방식은 높은 압력으로 연료를 분사하기 때문에 연소실 내부의 공기와 연료가 잘 혼합된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연소 효율이 높아진다. 기존 방식 대비 2~3% 연료 소비가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GDI 방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우선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가 공기흡입구(인테이크)를 통해 다시 엔진으로 유입될 때 GDI 방식은 배기가스를 걸러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흡기 밸브에 탄소 찌꺼기가 쌓이고 당연히 출력이 감소한다. 연비가 떨어짐은 물론이다. 연비를 좋게 하기 위해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개발했는데, 자체 문제로 연비가 나빠지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반면 기존 MPI 방식은 배기가스가 실린더에 유입되기 전 연료와 섞이면서 대부분 희석되는 만큼 탄소 찌꺼기가 생기는 양이 훨씬 적다.

둘째, GDI 엔진은 높은 압력과 고온 때문에 엔진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에 많은 피로감을 준다.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한 탄소 알갱이 강도도 세져 엔진 마모가 심해진다. 엔진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가끔 디젤 엔진인지 착각할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심한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마모제와 코팅제가 포함된 합성엔진오일 사용이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셋째, 미세먼지(직경 10㎛ 이하의 입자상 물질) 배출량이 많다. 그간 디젤 직분사 엔진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면서 상대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웠는데, 이는 MPI 방식에 국한되는 얘기다. 서울대 민경덕 교수팀에 따르면 GDI 엔진(1.6~2.4ℓ)은 급가속 상태에서 미세먼지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DI 엔진이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디젤 엔진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자동차연구자단체 TUEV Nord에 따르면 GDI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디젤 엔진보다 10배나 많다. 독일자동차클럽이 GDI 차량인 폭스바겐 골프 1.2 TSI와 BMW 116i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미세먼지 수치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 규제치를 넘어섰다. BMW 116i는 미세먼지 무게가 ㎞당 5㎎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BMW 측은 “GDI 엔진에서 분진이 나오는 건 맞지만 그게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항변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GDI 엔진이 기존 엔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GDI 차량을 구입할 때 영업 직원이 별도의 관리 요령을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한참 뒤에 다른 이유로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가 정비사로부터 GDI 엔진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이미 엔진 내구성이 떨어진 상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엔진의 이상 증세를 바로 알 수는 없다. 처음부터 제조사가 관리에 신경 쓰라고 주지시키는 일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직까지 GDI 차량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건 이 엔진을 도입한 지가 얼마 안 됐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2010년 쏘나타 2.4 모델을 시작으로 K5, 아반떼, 포르테, 엑센트 등에 GDI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 5년이 지났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1990년대 후반 현대차가 구형 에쿠스에 일본 미쓰비시가 개발한 GDI 엔진을 탑재했다가 문제가 되자 MPI 방식으로 급선회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엔진 다운사이징(잠깐용어 참조)이 자동차 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GDI 엔진에 터보차저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BMW의 경우 GDI 엔진에 전부 터보차저를 달았다. BMW 528i가 대표적이다. 폭스바겐도 GDI 엔진에 터보차저를 적용한 TSI 모델을 내놨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출시한 SM5 TCE 모델 역시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터보차저는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강제로 공기를 압축시킨 후 이를 연소실로 보내기 때문에 더 많은 연료가 연소된다. 덕분에 연비 개선과 출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터보차저만 달아도 연비가 최대 5%가량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운사이징 열풍에 GDI 차량 급증

꾸준한 관리 필요, 합성오일 써야

日 토요타 자체 기술로 한계 극복


그러나 터보차저를 탑재하면 흡기 밸브 쪽에 탄소 찌꺼기가 더 많이 생긴다. 엔진 설계 보강을 하지 않으면 내구성 또한 더 떨어진다. 경기도 일산의 한 자동차 공업사 대표는 “엔진 주변에 분진이 피막처럼 덮여 있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밸브에 찌꺼기가 끼면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진오일을 교체하기 전에 엔진 세정제를 넣어 불순물을 제거해야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엔진 세정만 하는 건 미봉책일 뿐이다. 업체들은 GDI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방책을 마련 중이다. 일본 토요타는 차세대 가솔린 직분사 시스템으로 불리는 D-4S 기술을 채용한다. 이 기술은 주행 조건에 따라 GDI 방식와 MPI 방식을 선별해서 사용한다. GDI 방식의 단점을 MPI 방식이 보완해주는 것이다. 현재 토요타 86, 렉서스 GS 350, GS 450h에 적용된다.

디젤 엔진처럼 미세먼지 필터 장착이 의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 미국 등이 디젤 엔진에 이어 GDI 엔진에 대해서도 엄격한 미세먼지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GDI 차량에 대한 미세먼지 배출 기준이 강화되자 우리나라도 뒤늦게 합류하는 분위기다. 2016년까지 미세먼지 배출 기준(GDI 차량)을 0.004g/㎞에서 0.002g/㎞로 높이기로 했다.

김용환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엔진 성능을 더 높인다 해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매연여과장치 등 후처리 장치를 장착해야 되는데 미세먼지를 85% 이상 걸러 내기 위해서는 여과장치에 귀금속을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 이는 비용 문제와 연관된다. 제조사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잠깐용어 *가솔린 직분사(GDI)

고압의 연료를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식에 비해 연비와 출력이 좋다. 다만 탄소 찌꺼기가 많이 생기고, 미세먼지 배출량이 디젤 엔진을 넘어선다. 엔진 내구성도 떨어진다.

잠깐용어 *엔진 다운사이징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는 기술. 엔진의 부피가 줄고 무게가 가벼워져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74호(09.17~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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