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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증세론 불 붙을까…"증세 없다" 정부, 불 끄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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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증세,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⑤]전문가 "증세 공론화 필요" VS 정부 "정치·경제적 파장 우려"]

증세 논란이 뜨겁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주민세 인상 방침이 연이어 나오면서다. 이른바 ‘꼼수 증세’란 별칭까지 얻었다. 겉으로는 “증세가 없다”고 외치면서 정작 생활 밀착형 세금을 조금씩 더 걷어가는 조세 정책을 빗댄 말이다.

전문가들의 제언은 간단하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반면 정부는 증세 논란 자체가 부담스럽다. 증세가 갖는 정치·경제적 파장 때문이다. 오히려 증세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여론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증세 고백하고 폭넓게 논의하자”= 홍기용 인천대 세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먼저 공약을 했더라도, 경제가 좋지 않다고 느끼면 가능한 복지수준과 세입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증세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지금처럼 간접세만 건드리고 있는데 서민부담이 큰 부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솔직한 '증세 고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세금이 싫으면 복지를 누릴 수 없다”며 “복지를 원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들이 복지 혜택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증세 논의 공론화 과정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법인세 인상이 '성역'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잖았다. 비과세 감면 혜택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실제로 납부하는 법인세 실효세율은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번째로 낮다. OECD 평균인 16.3%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27.9%)이 가장 높고 일본(27.2%)이 그 다음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세와 법인세는 많이 번 사람이 더 많이 내고, 덜 번 사람이 덜 내는 세금"이라며 "일단 법인세와 고용주 부담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과세·감면 등 비정상적인 세제를 정상화해 꼭 거둬야 할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양도차익, 파생상품, 소액주주에 대한 비과세는 비정상적인 세제"라며 "현행법으로 걷지 않고 있는 세금이 많은데, 이에 대한 정비 없이 다른 부분부터 증세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담스런 정부 “증세,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 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는 적극 대응 모드로 전환했다. 휴일인 21일 ‘10문10답’ 자료까지 내며 증세 논란에 대응했다. “담뱃값 인상, 지방세 개편에 대해 세수 목적 차원이 아니다”라는 해명이 골자다. 일각의 부자감세 주장엔 “저소득층·중소기업 위주로 감세하고 있으며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 중”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증세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증세가 갖는 정치·경제적 파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증세 논란’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걱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각에서 ‘증세’라는 의도적 프레임(틀)을 갖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또 경제 여건을 증세 반대의 무기로 삼았다. 세금 인상이 경기 회복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라며 “소득세·법인세 인상 등 직접적 증세는 경기 회복세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증세를 하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도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일본의 경우 최근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가 위축되자 경기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증세로 세수를 확보하는 것보다 재정 지출 확대로 경제를 살리고 세입을 늘리는 구조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범기자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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