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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선진화법 권한쟁의', 새누리당 승산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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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대상 쟁의심판들, '권한침해 아니다' 결론이 대다수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노컷뉴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우측)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와 담배값 인상 등 증세논란에 대한 발언을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해온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상임위원장·소위원장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법을 준수한다는 이유로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아 개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살펴보면 새누리당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9월 설립된 이래 26년간 대다수 유사 사건에서 '권한침해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18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간의 권한쟁의 심판은 총 13건이 있었다. 심판청구 사건의 유형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했음을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건을 '기각' 처분했다. 각하는 2건, 청구인의 자진 취하가 1건이었다. 국회의장의 권한침해가 인용(인정)된 사건은 3건 뿐이었다.

기각으로 결정된 대표적 사례로 2002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 사·보임 사건이 있다. 김 의원은 당시 "소신을 바꿀 수 없다"며 '건강보험 재정분리' 당론을 거부하다, 당 지도부의 주도로 보건복지위에서 환경노동위로 소속 상임위를 변경당했다.

이후 "복지위에서 강제 사임시킨 국회의장의 행위는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사·보임행위는 기본적으로 국회의 조직자율권에 해당하는 행위다.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지 않는 한, 성급하게 위헌이라는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라며 기각 결정을 했다.

헌재는 또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상의 없이 의사일정 순서를 변경했다', '여야간 개표 여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 표결 결과를 국회의장이 선포하지 않았다' 등 국회의장의 작위(직무행위)나 부작위와 관련한 대다수의 심판에서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회의장의 권한침해가 인정된 3건의 심판은 그나마 새누리당에 참고가 될 만하다. 그러나 이들 심판도 크게 고무적이지 못한 내용이다. 헌재는 이들 사건에서 '국회의장의 침해는 인정되나, 그 결과물인 해당 법률까지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는 1996년말 신한국당의 '노동관계법 날치기' 사건 관련 권한쟁의 심판에서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적법하게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이 침해됐다"면서도 '가결 선포 행위의 위헌 여부 판단' 등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이명박정권 때인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사건 관련 심판에서도 유사한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의사절차상 흠결 처리는 국회 스스로 결정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자율성이 요청되는 문제"라면서 의장의 권한침해만 인정하고, 법률의 위헌성 여부 판단은 피했다.

같은 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제기한 유사 심판에서도 헌재는 "입법절차가 위법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그게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를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새누리당의 목적은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확인에 있지만, 헌재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새누리당이 헌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결정문은 '국회의장이 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했지만, 법률이 위헌은 아니다'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국회의 문제를 국회 밖에서 해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라고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안 처장은 "국회의장이든 상임위원장이든 결국 같은 국회의원인데 동료 의원들끼리 민주적인 소통은 하지 않고 권한을 다투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지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스스로 만든 법을 위헌이라고 거부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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