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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승기]신형 쏘렌토, ‘SUV 혈투’서 살아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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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카니발 이어 3세대 쏘렌토로 ‘내수 실적 만회’ 시도

올 상반기 내수에서 부진을 거듭한 기아자동차가 ‘분위기 반전’에 시동을 걸었다. ‘비장의 무기’는 신형 카니발과 3세대로 거듭난 신형 쏘렌토다. 자사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두 모델을 앞세워 내수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단독]신형 쏘렌토 타보니 참조)

지난 5월 선을 보인 신형 카니발(올 뉴 카니발)은 국내 대표 미니밴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실적을 올렸다. 8월말 현재 내수 판매량이 1만6000대, 계약을 마친 대기자가 8000명에 가까울만큼 올 여름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기아차의 실적을 견인했다. 카니발에 이은 기아차의 또다른 기대작 신형 쏘렌토(올 뉴 쏘렌토)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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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컨벤션센터를 출발, 강원 춘천 라데나GC를 돌아오는 160㎞ 구간을 시승했다. 기아차는 디자인과 안정성, 실용성 등에서 큰 변화를 줬다.


☞ [화보]3세대 신형 쏘렌토 타보니


기아車 “월 평균 5000대 내수 판매” 자신감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전계약을 접수한 지 20여일 만에 1만3000건을 돌파했다. 신형 쏘렌토의 시승회가 열린 17일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신형 쏘렌토는) 안전, 주행성능, 승차감 등 차량의 기본기에 있어 소비자의 신뢰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판매 전망에 대해서도 “올해 월 평균 5000대 내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신형 쏘렌토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009년 ‘쏘렌토R’을 이은 3세대 쏘렌토는 디자인과 안정성, 실용성 등에서 큰 변화를 줬다. 전체적인 외관에서는 강인함과 남성성을 강조했고, 내부는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또 ‘ISG 시스템’(정차 중 엔진이 일시 정지되고 출발 때 자동으로 시동이 걸려 공회전을 제한하는 기능)을 국산 SUV 최초로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여기에 강도가 2~3배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제조하는 방식의 ‘핫 스탬핑 공법’ 적용 등 안정성 확보에도 주력했다.

이날 신형 쏘렌토를 타고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컨벤션센터를 출발, 강원 춘천 라데나GC를 돌아오는 160㎞ 구간을 주행해봤다. 시승차는 R2.2 노블레스 스페셜 2WD(전륜구동) 풀옵션 7인승 모델(3917만원)이다.

외관은 확실히 부드러워졌다. 기존 쏘렌토나 신형 카니발에서 보인 날카로움은 조금 무뎌졌다. 대신 볼륨감과 세련미가 강조됐다. 전면에서는 신형 카니발에 적용된 기아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그대로 적용됐다. 기아차를 상징하는 크롬 몰딩의 ‘호랑이 코’ 그릴은 고급스러워지고 큼지막하게 변했다.

측면은 보다 길어졌다. 전장 4780mm, 전폭 1890mm, 전고 1685mm, 휠베이스(축간 거리) 2780mm로 동급 최고의 차체 크기를 갖췄다. 반면 전고는 운전석을 38㎜ 낮춰 보다 쉽게 승하차할 수 있게 했다. 후면부는 직선이 강조된 테일램프가 인상적이고,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이 도드라졌다.

디자인·공간 활용 등 큰 변화

이번 신형 쏘렌토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실내다. 운전자 친화적인 여러 편의장치들이 대거 장착됐다. 또 최근 캠핑 등 레저문화 확산에 맞춘 실내공간의 활용성을 대폭 키웠다.

뒷좌석 2열에서는 늘어난 차체 길이 만큼이나 머리와 무릎공간이 한층 여유롭다. 반면 리어 에어컨(프레스티지 모델 이상)이 나오는 3열의 경우 성인이 앉기에는 다소 비좁았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조장치 등이 있는 곳)에 위치한 조작버튼들은 질서정연하게 나열돼 있어 직관성이 좋은 편이다. 상단에는 스마트폰 연동으로 원격시동 및 공조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는 유보(UVO) 2.0의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양 옆으로 배치된 환풍구도 가지런한 느낌이다. 수납공간도 여유롭다. 센터페시아 하단부와 운전석·조수석 사이,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등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핸들 상단부(11~1시)와 센터페시아 일부에 적용된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기분좋은 질감을 준다. 아쉬운 점도 있다. 최근 신차들의 센터페시아 각도가 운전석 방향으로 향하거나 살짝 뒤로 기울면서 보다 운전자 친화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데 반해 쏘렌토의 센터페시아 각도는 거의 수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동을 걸어 보니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울렸다. 하지만 소음이나 진동이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높였다. 1.9t의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속감과 조향감이 뛰어났다. 시속 120-130㎞대에서의 주행능력은 꽤 만족스럽다. 치고 나가는 힘과 실내로 전해져오는 소음과 진동이 세단의 그것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차체 흡차음재의 보강, 엔진 블록 흡차음 커버 적용, 도어 하단부에 3중 실링을 적용한 것들이 NVH(진동소음) 향상에 주효했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감도 만족스럽다. 묵직한 핸들의 느낌과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의 적당한 반동 역시 운전의 즐거움을 준다.

신형 쏘렌토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쏘렌토R이나 신형 카니발, 그랜저 디젤과 동일하다. 반면 국산 SUV 최초로 유로6 기준을 달성한 디젤 R2.0과 디젤 R2.2의 두가지 형식의 엔진이 탑재됐다.

R2.0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0㎏·m, 공인연비 13.5㎞/ℓ의 성능을 발휘한다. R2.2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동력성능과 13.4㎞/ℓ의 복합연비를 갖췄다.(2WD 5인승, 18인치 타이어, 복합연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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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은 기존 세대 디자인의 전통은 유지하면서 안정감은 키웠다. 전고는 운전석을 38㎜ 낮춰 보다 쉽게 승하차할 수 있게 했다.


연비·가격 경쟁력 ‘의문’

이날 시승 후의 연비는 13.1㎞/ℓ(노멀 모드 주행)를 찍었다. 전 구간이 사실상 고속화도로인 코스에서 정차를 거의 하지 않고 일정 속도로 주행했던 점에 비춰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신형 쏘렌토의 판매가격은 2륜구동의 5인승 기준으로, 2.0 디젤이 2765만~3320만원이다. 2.2 디젤은 2925만~3406만원이다.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프레스티지 모델 이상)’와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노블레스 모델 이상)’ 등 편의·안전장치를 포함할 경우 200만~300만원이 추가된다.

전 모델에 기본 항목으로 포함된 편의·안전장치로는 보행자 충돌시 후드를 들어올려 보행자의 머리 상해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과 ‘개별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급제동이나 급선회시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 충돌시 앞좌석 탑승객의 골반부를 잡아주는 ‘하체상해 저감장치(EFD)’ 등이다.

SUV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겉모습은 부드러워지고 뼈대는 한층 단단해진 신형 쏘렌토는 분명 진일보했다. 카니발에 이은 기아차의 기대작으로 꼽는 데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경쟁모델과의 연비,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따져보면 확실한 우위를 선점했다고 보기 어렵다. 수입차의 절대강자 폭스바겐 티구안이나 현대 싼타페, GM대우 캡티바, 르노삼성 QM5와 같은 동급 모델들과도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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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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