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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 직업요? 아직은 배우이자 무용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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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해무’ 홍매 벗고 무용무대 서는 한예리

한국무용 전공 정통 무용수 출신

‘코리아’ ‘군도’ 등 사투리 연기 호평

“훌륭한 여배우 많지만 작품 기근”

이번엔 ‘설령 아프더라도’ 무용


생후 28개월에 사촌 언니를 따라 처음 한국무용을 배웠다는 배우 한예리(30)는 국립국악중·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무용과를 졸업한 ‘정통 무용수’ 출신이다. 그런 그가 영화에 입문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대학 2학년 때 영상원 친구들이 찍는 뮤지컬 영화의 안무를 맡았다가 단역으로 캐스팅된 것. 이후 10여편의 독립영화를 찍으며, 2008년·2010년 잇따라 미장센영화제 연기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2년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 역을 맡으며 일약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남쪽으로 튀어> <스파이> <동창생>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은 한예리는 올해 <군도: 민란의 시대>에 이어 <해무>의 여주인공 ‘홍매’를 연기하며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변 처녀 홍매의 캐릭터에 신산한 생활감이 묻어나도록 연기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해요. 원래 예쁘지 않으니, 예쁜 척 안 하는 건 쉽더라고요.” 16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예리는 스스로를 ‘예쁘지 않다’고 했다. ‘여배우가 안 예쁜 건 단점 아니냐’고 물으니 “옆집 여자처럼 생긴 외모가 현실감을 주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받아친다.

‘한예리’ 하면 연관 검색어처럼 ‘사투리’가 떠오를 만큼 그는 유난히 사투리 연기를 많이 했다. <코리아> <스파이>에서는 투박한 북한 사투리를, <군도>에서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해무>에서는 순박한 연변 사투리를 본래 제 말투처럼 자유자재로 연기해냈다. “원래 고향은 충청도예요. 하하. 북한 사투리 해봤으니 연변 사투리는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사투리는 할 때마다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기분이 들 만큼 어려워요.” 그러면서도 그는 이왕 시작한 김에 경상도·강원도 사투리도 정복해 ‘팔도 사투리 능통자’에 도전하겠다며 웃었다.

한예리는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뒤로도 <경복> <환상 속의 그대> 등 독립영화에 꾸준히 출연했다. <해무>에서는 주인공 홍매 역을, <군도>에서는 비중이 적은 돌무치(하정우) 동생 ‘곡지’ 역을 맡는 등 상업영화에서도 주·조연을 넘나든다. “작품이나 배역을 선택할 때 크든 작든 ‘꽂히는 지점’이 있냐가 기준이에요. <군도>는 윤종빈 감독님을 비롯해 좋은 선배들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 <해무>는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인 홍매 자체에 꽂힌 거죠.” 그래서일까? 출연 장면이 두세 컷에 불과한 <군도>에서도 그는 제 몫 이상의 존재감을 뽐낸다. ‘여배우 기근 속 빛난 한예리’라는 호평이 나온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훌륭한 여배우는 많아요. 오히려 지금 같은 상업영화의 시스템 속에서 여배우의 존재감을 살려주는 시나리오가 기근인 것뿐이죠.”

무용수에서 배우로 변신했지만, 그는 무용수로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는 19~20일 ‘정신혜무용단 창작춤 레퍼토리Ⅳ-설령 아프더라도’의 주역 무용수로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설령 아프더라도’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바탕으로 한 1부와 굿의 현대적 해석을 담은 2부 ‘굿, GOOD’으로 구성된다.

“아직도 제 직업이 배우다 또는 무용수다, 딱 말을 못 하겠어요. 어떤 길이 운명인지는 적어도 30~40년 뒤에나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배우가 된 뒤로도 ‘1년에 한 번씩은 무용 무대에 서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배우 한예리로 공연을 하자니 부담이 돼 춤에서도 걱정이 묻어난다”는 그는 <해무>로 토론토 영화제를 찾는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일주일에 3번, 하루 8시간 이상 연습을 하느라 해쓱해졌다. “요즘 무용 공연 찾는 사람 거의 없잖아요. 제가 출연함으로써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한국무용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요. <해무>와 <군도> 관객들이 많이 보러 오시면 ‘흥행’엔 문제없겠죠?”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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