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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낙조는 황금빛 물감이 되고… 크루즈로 감상하는 하롱베이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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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가본 여행지에서 감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첫인상이 특별하지 않았던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날의 하롱베이는 달랐다. 시시각각 다른 표정,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신비로운 세상을 만났다.

이른 아침은 완벽하게 흑과 백으로 이뤄진 수묵화 속 풍경이었다. 잔뜩 낀 구름에 일출마저 가려진 하늘 아래로 자욱한 해무가 수천개의 섬들을 품으면, 작은 배 하나가 물길을 만들었다. 석양이 지던 오후도 만만치 않았다. 흑과 백으로만 이뤄졌던 수묵화에 황금빛 물감이 흩뿌려졌다. 잔잔한 바다 위로 금빛 물결을 만들며 떠나는 배를 향해 크고 작은 섬들이 층층이 고개를 내밀었다.

경향신문

하롱베이에 석양이 내리면, 약 2000개의 섬을 품은 잔잔한 바다가 금빛으로 물든다. 버고호 승객들은 일출에서 석양까지 하롱베이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때 효도여행 1순위였던 곳, 하늘에서 내려온 용을 품었다는 전설과 함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2000개의 섬, 선정 과정이 다소 시끄러웠던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제주와 함께 오른 곳…. 하롱베이의 풍경이야 더 이상 설명하면 입만 아프겠지만, 그 절경 속에서 눈을 뜬다는 건 차원이 다르다. 하롱베이에서만 1박 이상을 하는 현지 크루즈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스타크루즈의 ‘슈퍼스타 버고호’의 싼야·하롱베이 3박 코스를 통해서나 누릴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스타크루즈는 세계 3대 크루즈사인 NCL(Norwegian Cruise Line)의 자회사로, 아시아에 특화돼 있다. 버고호는 7만6000t급으로 13층 높이에 935개의 객실을 갖췄다. 268m 길이의 갑판 중앙에는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가 있어 어린 아이를 동반한 여행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싼야·하롱베이 코스로는 이번 달이 지나면 10월과 내년 2월에 각 한 차례 정도 더 출항할 예정이다.

홍콩 침사추이의 크루즈 터미널에서 승선 수속을 하고 1870명의 승객과 승무원 1100명이 함께하는 안전교육을 마치면,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새로운 행선지에 닿으면 관광을 즐기고, 내리기가 귀찮다면 선내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대형극장에서 코미디와 마술쇼, 기예 등 대형공연을 즐기거나,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카지노의 게임, 스파의 마사지 등을 경험해도 좋다.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선내에는 정찬 식당과 뷔페를 포함한 3개의 무료 식당과 아이스크림 코너 등이 있고, 원하면 하루에 네다섯 끼를 먹어도 된다. 이탈리아 식당과 일식, 인도 요리 등 6곳은 유료로 운영된다.

경향신문

중국 하이난다오의 루후이터우 풍경구에서 내려다본 다둥하이 해변과 버고호. 크루즈 터미널이 있는 인공섬 펑황다오에는 고급 아파트와 호텔로 이뤄진 다섯 개의 쌍둥이 빌딩이 서 있다.


첫 번째 기항지 싼야(三亞)는 제주도의 19배나 되는 중국 최남단의 휴양지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땅끝 투어, 열대 투어, 민속촌 투어, 골프 투어 등이 가능하며, 땅끝 투어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관광지 두 곳을 들른다. 다둥하이(大東海) 해변의 시원한 해안선과 버고호가 닻을 내린 인공섬 펑황다오(鳳凰島)가 내려다보이는 루후이터우(鹿回頭) 풍경구에는 화살 앞에서 사슴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했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동상이 서 있다. 톈야하이자오(天涯海角) 풍경구는 중국인들이 ‘땅끝’으로 부르는 곳으로, 거대한 기암괴석에 새겨진 붉은 글자들이 눈길을 끈다. 중국인들도 워낙 많이 찾아와 사람 없는 바위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롱베이에서는 섬 유람 코스 외에 동굴, 티톱섬, 하남마을 투어 등을 선택할 수 있다. 5~6시간 투어에 점심식사가 포함돼 있고, ‘불타는 해변’이라는 이름처럼 피부가 많이 탄다는 바이짜이 해변과 전통시장도 둘러볼 수 있다. 매일 아침 방으로 배달되는 선상신문(Star Navigator)에 기항지별 유의사항과 공연 및 이벤트, 식당 복장 규정 등이 안내된다.

▲ 길잡이

홍콩 출발 싼야·하롱베이 3박 코스는 크루즈 가격만 하면 1인당 내측 객실 555달러부터다. 하나투어, 레드캡투어, 노랑풍선, 한진관광에서 크루즈에 인천~홍콩 왕복항공권, 홍콩(혹은 마카오) 관광을 포함한 5~6박 상품을 134만∼188만원에 판매한다. 발코니급 이상 객실을 이용하면 유료 식당 이용에 쓸 수 있는 적립금(Dining Credit)을 1900홍콩달러까지 제공하며, 마사지를 제외한 스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알코올 음료는 유료지만, 환영음료와 갈라디너 직전의 칵테일을 무료로 준다. 와이파이는 1일 6000~7000원 정도이며, 7층 로비라운지 근처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 2시간 이용권을 끼워준다. 아시아권 크루즈의 터줏대감격인 5만t급의 제미니호는 싱가포르에서 출항하며 아시아인에 특화된 쇼와 한국인 승무원 상주로 만족도가 높다. 동급의 아쿠아리스호는 코타키나발루를 모항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국립공원이 있는 팔라완섬 등을 들른다. 문의는 스타크루즈(www.starcruisekorea.com), (02)733-9033


<홍콩·싼야(중국)·하롱베이(베트남) | 글·사진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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