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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페북·아마존 이어 MS까지 … IT 공룡들 게임업체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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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잡기 '머스트 해브' 아이템

MS, 스웨덴 모장 25억 달러 인수

크로스 플랫폼 회사로 변신 시도

모바일 시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게임이다. 거대 정보기술(IT) 공룡들은 게임 개발업체를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으로 여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이 먼저 게임업체 사냥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뛰어들었다. IT 거대 공룡들이 주도하는 게임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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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주변 기기에서 콘텐트가 중요해지며 게임 업체는 IT 업체가 눈독을 들이는 가장 매력적인 먹잇감이다. 10~20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도 특히 그렇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핀란드의 슈퍼셀의 지분을 사들였고, ‘캔디 크러쉬 사가’의 킹 디지털과 징가 등에도 많은 기업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를 위해 IT업체는 전열을 정비했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3월 가상현실 게임기 업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가상 현실 기기를 소셜플랫폼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인터넷 게임방송 서비스 회사인 트위치를 9억7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트위치 인수로 ‘비디오 게임계의 ESPN(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이 될 기반을 마련한 아마존은 동영상 서비스 분야에서 넷플릭스와 구글 등과 겨룰 태세를 갖췄다.

이번에는 MS 차례다. MS도 게임업체 사냥에 성공했다. MS가 손에 넣은 것은 스웨덴의 비디오 게임업체인 모장이다. MS는 15일(현지시간)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모장을 2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모장의 창업자인 마르쿠스 페르손(35) 등이 2009년 출시한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 레고’로 불리는 디지털 블록으로 사용자가 상상의 세상을 만드는 게임이다.

직원수는 40여명에 불과해도 모장은 게임업계의 알짜 기업이다. 마인크래프트는 MS의 게임기인 X박스 뿐만 아니라 모든 PC 운영체제와 모바일 기기 종류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출시돼 있다. 다운로드시 과금하는데 현재 1억건 이상의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억9000만 달러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년간 매출액이 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레고(장난감)·스콜라틱스(출판)·워너브라더스(영화) 등과도 계약을 맺고 있어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MS가 모장을 잡은 것은 단순히 몇 푼 더 벌자는 게 아니다. 보다 전략적인 포석이 숨어있다. 핀란드의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를 인수한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MS를 운영체제(OS) 회사에서 크로스 플랫폼(Cross Platform·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다른 환경의 OS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것) 서비스 회사로 변신시키려는 시도다.

MS가 윈도 OS를 넘어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까지 미칠 수 있도록 소비자와의 강력한 연결 고리를 찾던 나델라의 눈에 든 것이 바로 마인크래프트다. 릭 셔룬드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MS가 X박스에 더 집중하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한다기보다, 다양한 플랫폼의 모바일 기기를 더 잘 다루기 위한 시도로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가 MS의 스마트폰 사업에 새로운 동력도 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앱 중 하나지만 현재 MS 윈도폰 체제에서는 쓸 수 없다. 마인크패프트가 MS의 품에 안긴 만큼 X박스나 윈도폰만을 위한 마인크래프트 콘텐트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마인크래프트 골수팬은 착잡하다. 게이머에게 모장은 인디 게임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인디 게임 커뮤니티에서 닉네임 ‘노치(Notch)’로 활동한 창업자 페르손은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MS와 페이스북 등 IT 거대기업에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다. 때문에 모장이 MS에 인수된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은 열린 공간이었던 마인크래프트의 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MS의 새 시대를 짊어진 나델라의 결정이 ‘신의 한 수’ 일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하현옥 기자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하현옥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hyunock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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