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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차대전 터진 날… 폴란드, 西方에 경고 "푸틴은 히틀러… 유화책 쓰면 또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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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외무 등 知性 19명, 유럽 주요 신문에 '왜 단치히 위해 죽어야 하는가' 공동 기고문]

-75년前 폴란드

西方, 폴란드의 단치히 넘겨주면 나치가 전쟁 안 한다고 誤判… 오히려 히틀러 전면전 부추겨

-현재의 우크라이나

"독일,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고 프랑스는 상륙함 수출도 강행… 크림반도 뺏은 푸틴 믿다간 위험"

'왜 단치히(Danzig)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1일 프랑스의 르 몽드, 독일의 디 벨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유럽 주요 매체에 이 같은 의문문으로 시작하는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자는 폴란드 외무장관을 지낸 바르토스제프스키(92) 등 폴란드의 대표적 지성 19명이었다. 이날은 나치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한 2차 세계대전 발발 75주년 기념일이었다.

지금은 그다니스크로 불리는 단치히는 폴란드의 발트해(海) 연안도시다. 1939년 9월 1일 나치가 이 도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독일은 1차 대전 패전 후 단치히를 자유도시 형태로 폴란드에 빼앗겼다. 히틀러는 단치히의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며 폴란드를 침공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당시 서방에서는 "단치히를 나치에 넘겨주고 전쟁을 피하자"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히틀러는 이런 서방의 유약한 대응을 보고 전면전을 결심했다. '왜 단치히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는 침략자에 대한 무분별한 유화정책의 실패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2차대전 기념일을 맞아 폴란드 지성인들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2차 대전의 재판(再版)'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공동 기고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서방 강대국은 단치히의 파괴에 눈감으면 자국민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히틀러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이어 파리까지 점령하고 런던에 폭탄을 퍼부었다"고 적었다. 또 "서방은 이런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의 오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1939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고자들은 "서방이 침략자(푸틴)의 인간적 면모를 믿는 동안, 침략자는 서방의 정치·경제인을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굴레 안에 가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에 상륙함 수출을 강행하는 프랑스와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독일을 거론하며 "유럽이 자유와 연대(連帶)라는 1789년 혁명(프랑스 혁명)의 가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기고문은 "푸틴은 '전쟁의 개들'을 풀어 새로운 침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럽을 또다시 수십 년 동안 피바다로 만들 수는 없다"고 끝맺었다. 폴란드 지성인들이 조국이 겪은 치욕을 거울삼아 유럽 사회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조선일보

이런 우려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확전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에서 "내가 원하면 2주 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접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가 1일 보도했다. 푸틴은 최근 "서방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명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겔레테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리를 상대로 전면적인 전쟁을 시작했다"며 "유럽에서 2차대전 이후 보지 못했던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성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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