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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9·1 부동산 대책 이후]목동·상계동 하루 만에 매도호가 들썩…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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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사라지는 대치동·양천·노원 가보니

은마아파트 등 일부지역 단숨에 2000만원 껑충 ‘기대감’

현장선 “인위적 집값 부양 오래 못 가…오름세는 거품”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정부의 ‘9·1 대책’이 나온 뒤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매도호가가 들썩이고 있다. 하루 만에 매도호가가 2000만원 급등하고,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과열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ㄱ공인중개사는 “9·1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은마아파트 매도호가가 2000만원 껑충 뛰었다. 안전진단 완화 등의 수혜를 예상하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집주인이 지금은 팔 때가 아니라고 여긴다. 추석 지나면 2000만~3000만원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재건축 연한 단축 등 정부의 9·1 부동산 대책 발표로 서울에서 가장 큰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하기로 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 일대와 양천구, 노원구 등의 부동산중개업소도 바빠졌다.

1987~1989년 사이에 준공된 목동 신시가지 8~14단지가 있는 양천구 신정동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 1987년과 1988년에 준공된 단지는 기존 서울시 기준으로는 각각 2019년, 202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했다. 하지만 9·1 대책이 나오면서 각각 2017년과 2018년부터 재건축을 할 수 있다. 13단지 인근 ㄴ공인 관계자는 “집을 팔려고 내놓은 지 얼마 안되는 집주인들이 일단 매물을 거둬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9단지 ㄷ공인 관계자는 “몇몇 실수요자들이 그동안 관심 가졌던 매물을 종전 가격에 살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987~1991년 지어진 노원구 아파트는 상계동과 중계동 일대 총 5만7000여가구에 이른다. 상계동 ㄹ공인 관계자는 “9·1 대책 발표 당일 전용면적 30㎡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집주인이 500만원을 올려 거래가 무산됐다. 대책 발표로 500만~1000만원씩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 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곧바로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목동 12단지 ㅁ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만인위적인 집값 부양은 오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목동의 ㅂ공인 관계자도 “자녀 교육이 최우선 목적인 거주자가 많은 목동에서는 재건축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며 재건축 추진이 원활치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치동의 ㅅ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됐지만 1970년대에 지어진 은마아파트 값이 오를 이유는 거의 없다”면서 “정부가 자꾸 대책을 내놓으니까 집주인들은 더 충격적인 대책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도호가를 올리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지금 오름세는 거품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기 선임기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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