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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다시 뻣뻣해진 새누리… 파행정국 더 뒤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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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면담 이후 여론전 자신감 "재재협상 없다" 못 박고 野 때리기

朴 대통령 겨냥 특검 정치공세 우려, 청와대 부정적 사인 보냈을 수도
한국일보

이완구(왼쪽 두 번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가족대책위와의 3차 면담 도중 항의하는 유가족 대표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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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둘러싼 파행정국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어렵사리 머리를 맞대놓고는 곧바로 초강경모드로 회귀한 것을 두고서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여권을 더욱 불신하게 됐고, 야당은 국회 정상화에 협조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 유가족 2차 면담 후 강경모드 급선회

1일 진행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3차 면담이 결국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27일 2차 면담 이후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부 우호적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재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존 여야 원내대표간 재합의안 수용을 일방적으로 촉구하는 여론전으로 일관했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럴 거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강력 반발했었다.

사실 지난주 두 차례에 걸친 새누리당과 유가족의 만남을 전후해 여권 내에선 특별검사 추천권에 있어 양보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ㆍ기소권을 주는 건 ‘절대 불가’라면서도 특검후보추천위원 7명 중 국회 몫인 4명을 선정할 때 대상자 풀을 유가족이 제시토록 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규에 손을 댈 수 없다는 자신들의 입장과 신뢰할 수 있는 인사의 추천이 가능해진 유가족들의 이해관계가 절충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180도 바뀌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일제히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분리 처리 찬성, 새정치민주연합의 장외투쟁에 대한 비판 등이 60~80%로 조사된 일부 보수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야당 때리기에 주력했다.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9일과 31일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새정치연합과의 재협상안이 마지노선”이라며 유가족과의 추가 논의를 통한 조정 가능성을 아예 닫아버렸다.

“국회 정상화하자면서 도리어 상황 악화시키나”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의 완강한 태도가 요인이었을 거란 얘기가 많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에 밀리는 듯한 모양새가 될 경우 결국 특검 활동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 정치공세에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 원내 당직자는 “2차 면담 직후만 해도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면서 “확인하긴 어렵지만 청와대에서 부정적인 사인이 전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추석민심을 통한 여론의 압박으로 야당의 국회 복귀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원내외병행투쟁을 비판하는 의원들이 조직화 양상을 보이면서 야당의 분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인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연합이 국회로 돌아오면 유가족들의 기세도 자연스럽게 꺾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론전에 대한 여권의 자신감은 그러나 정국 파행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청와대ㆍ여당을 향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고, 새정치연합에게선 국회 회군의 명분을 빼앗아버린 셈이 됐다. 게다가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수사권ㆍ기소권 보장과 재재협상 요구 여론이 각각 과반을 훨씬 넘어선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여권 인사는 “일방적으로 유가족에 끌려가선 안되지만 그렇다고 유가족과 야당을 모두 걷어차는 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더더욱 안된다”면서 “국회를 빨리 정상화해야 민생ㆍ경제활성화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왜들 강경론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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