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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88열차 타던 40대 아들 손 잡고 이젠 '매달린 열차'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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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재개장

롤러코스터 등 10개 시설 신설

"규모 작은데 비싸" 목소리도

지난 달 31일 오후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동산 ‘아이랜드’. 새로 설치된 롤러코스터 ‘서스펜디드 패밀리 코스터’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선 사람들은 머리 위로 롤러코스터가 지나갈 때마다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차례를 사람들 중에는 30~40대 부모들이 유난히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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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이곳 어린이대공원에서 추억을 쌓았던 이들이 어린이대공원 재개장 소식을 듣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방문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온 장주환(40)씨는 “국내 최초의 롤러코스터였던 청룡열차가 나의 첫 롤러코스터였다”고 회상했다. 장씨의 둘째 아들 대준(8)군은 오늘이 처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다. 아이는 “(놀이기구 탑승기준인 130㎝에서) 5㎝나 더 크니까 탈 수 있어요”며 키 재는 자 옆에서 손을 들어보였다. 장씨는 “중학생 시절 360도를 순식간에 도는 88열차가 새로 설치됐다는 소식에 어린이대공원에 데려가 달라고 단식투쟁까지 했다”며 “그렇게 철없던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어린이대공원은 70·80년대 첨단을 달렸던 유원지였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88열차를 타기 위해 2~3시간 줄을 서는 건 예사였다. 광진구에 사는 배중호(42)씨는 "88열차를 타고 천천히 위로 올라갈 때 나던 ‘축축축’하는 특유의 모터 소리가 생생하다”며 "꼭대기에 올라가 떨어지기 직전, 360도를 거꾸로 매달려 돌 때의 스릴은 지루한 기다림을 보상하고도 남았다”고 회상했다. 이들을 설레게 했던 ‘청룡열차’와 ‘88열차’ 차량은 놀이동산 우측 한켠 구석에 전시돼 있다. 오랜 운행으로 한 쪽이 찌그러지고 시트 군데군데가 찢겨진 모습이 그간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었다.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은 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아 잇따라 개장한 과천 서울랜드, 잠실 롯데월드 등의 테마파크에 밀려 방문객이 줄었다. 2010년 어린이대공원의 시설을 동물원, 자연농원 등으로 리모델링 했지만 놀이동산은 제외됐다. 서울시는 2012년 7월 놀이동산을 휴장한 뒤 88열차와 다람쥐통 등 노후 시설 9개를 철거하고 2년이 지난 8월 27일 211억원을 들여 ‘서스펜디드 패밀리 코스터’ ‘후룸라이드’ 등 10종의 새 놀이시설을 선보이며 재개장했다.

시설을 확충했지만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지는 의문이다. 같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롯데월드의 경우 카드 할인(50%)을 적용받으면 자유이용권 가격이 성인 기준으로 1만5000원이다. 놀이기구 수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어린이대공원은 2만5000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티켓몬스터’에서 1만5000원(40%할인)에 팔고 있지만 당일구매·당일사용은 금지돼 있다.

주부 천세영(36·여)씨는 “가격경쟁력도 문제지만 접근성이나 프로그램은 롯데월드에 비해 떨어지고 자연친화력은 에버랜드에 미치지 못한다”며 "부모들의 추억만으로 발길을 끌어들이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찬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은 “테마파크가 대부분 20대 성인 등 청·장년을 타깃으로 삼는 것과 달리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들에 특화된 놀이공원”이라며 “혼잡함이 덜하다는 장점 때문에 쉽게 지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구혜진 기자

구혜진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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