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골든타임 놓치면 끝" … 삼성 1년새 6번째 주력사업 재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육상·해상 플랜트 통합으로 시너지

사업체질·지배구조 개편 속도전

전자 실적 악화 등으로 새판짜기

건설·상사 부문 개편 이어질 듯

“시간이 정말 얼마 없다. ‘골든타임(golden-time)’을 놓치면 끝장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전격 결의한 1일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두회사의 합병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체질개선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숨가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중공업 주식 2.36주를 엔지니어링 주주에게 교부하는 방식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중공업이 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는 모양새다. 두회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2013년 약 25조원에서, 2020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12월 1일 합병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사업과 지배구조 개편을 벌여왔다. 사업 환경이 빠르게 급변하자 이에 발맞춰 주력 사업을 재정돈하려는 포석이었다.

지난해 9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원에 인수한다는 발표를 신호탄 삼아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 합병 발표(9월),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결정(11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2대 주주 등극(12월) 등이 잇따랐다. 올해 역시 삼성SDI의 제일모직(소재부문) 합병 발표(3월),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 합병 발표(4월), 삼성SDS 연내 상장 발표(5월), 삼성에버랜드 내년 1분기 중 상장 발표(6월),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7월)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중도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와 맞딱트렸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에 이어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가장 큰 충격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의 관심은 당초 삼성의 계획대로 구조개편 작업이 이어질지, 아니면 안팎의 상황 급변을 감안해 새판을 짜는 형태가 될지에 쏠려 있다. 삼성 안팎에선 지난해부터 진행된 시나리오 대로 재편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 경우 건설과 상사(商社) 부문 구조 개편이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건설 사업은 삼성물산(토목·건축·주택)을 비롯해 삼성중공업(토목·건축), 삼성엔지니어링(석유화학·플랜트), 제일모직(골프장·건설)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열사들이 ‘합종연횡’ 을 거쳐 통합된뒤 부동산 산업을 갖고 있는 제일모직 산하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제일모직(에버랜드)의 주식 상장은 단순한 기업 공개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 내 건설·부동산 사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비교해 삼성그룹의 대표적 약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는 ‘내공 강화’ 작업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룹 내 소프트웨어분야를 맡고 있는 삼성SDS는 기업 공개(IPO)를 계기로 국내·외 벤처 SW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 ‘사운(社運)’을 걸고 있다. 올 6월 발표한 삼성전자의 ‘201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국내외 소프트웨어 인력은 지난해 첫 4만 명을 돌파했다.

2011년 관련 인력이 2만7889명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새 45% 이상 인력이 늘어난 것이다. 삼성은 당시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가 이끄는 회사로 변화를 추진하고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과 함께 추진중인 운영체제(OS) 타이젠의 성공적 확산과,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사업은 대표적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삼성 안팎의 여러 여건을 돌아볼 때 변화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변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약속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최준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no68/

[☞ 중앙일보 구독신청] [☞ 중앙일보 기사 구매]

[ⓒ 중앙일보 :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