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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이스 버킷 챌린지' 기부금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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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얼음물 샤워 운동)’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기부금 사용법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그 해결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루게릭병 퇴치 연구하는 연구소와 연구자에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루게릭병 퇴치를 위한 정부 협력을 장려하는 비영리 단체인 미국루게릭병협회(ALSA)가 올해 여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운동을 펼친 후 지난달 26일(현지시간)까지 8850만 달러(약 897억원)의 성금을 모았다.

ALS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모은 성금이 260만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굉장히 놀라운 액수라고 밝혔으나 이 쏟아지는 성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ALSA가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자선활동 운동이다. 규칙에 따라 지명된 사람은 24시간 내 얼음물을 맞을지, 100달러를 기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얼음물 샤워를 한 사람은 3명을 지목할 수 있다.

이 운동의 당초 취지는 차가운 얼음물이 피부에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하는 고통을 잠시나마 경험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이 일종의 상황극을 연출하는 등 각자 개성에 맞춰 동참하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제 누구나 이 운동에 가볍게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변기물로 이 운동에 동참한 미국 영화배우 맷 데이먼을 비롯한 세계적 유명연예인, 이 운동을 마치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다음 주자로 지목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 단지 루게릭병에 대해 알게 된 일반인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인증하는 동영상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이 예상치 못한 열풍이 실제로 치료법이 없어 종종 진단 2~5년 내에서 온몸 전체가 마비돼 사망에 이르는 루게릭병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도 켜졌다.

ALSA는 이날 성명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너그러움에 매우 놀랐다고 밝혔으나 이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주지 않았다.

바버라 뉴하우스 ALSA 회장은 성명에서 “신속한 기부금 지출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루게릭병에 걸려 살아가는 환자를 돕기 위한 우리의 도전에 최대한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이 기부금을 신중히 투입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 유익한 효과가 입증할 수 없는 취지에 계속 돈을 부어 넣으라고 기증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비난이 벌써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시사 TV 방송사 퓨전의 편성국장 펠릭스 살먼은 지난달 24일 웹진 슬레이트에 “질병 전문 자선단체에 돈을 내는 것은 특히 자신의 기부가 일회성이면 매우 헛되게 기부금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30년이 지나도 우리는 루게릭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그리고 우리가 낸 약 1억 달러의 돈이 결국 잘 쓰일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특별한 이유도 없다”고 비평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기부가 자신의 일생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의약품 지원, 교육, 깨끗한 물, 동물 구호를 위한 단체에 기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꼭 기증자들이 이 바이러스성 운동이 루게릭병 치료의 열쇠가 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고 있을 수도 있다.

ALSA가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지 생각지도 못했을 8월 초 루게릭병에 효과적인 치료법울 연구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출신 과학자들에게 350만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보도했다.

ALSA의 프로그램 개발 담당 랜스 슬로터는 당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기부금이 많이 쏟아지면 협회는 내년과 명년에 이 보조금을 줄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ALSA는 현재 루게릭병 환자 전문 치료 병원 34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신일 수도 있지만,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성공하기 전에 올해 이 같은 병원 11곳을 더 개원할 것을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최근 모인 성금은 이 병원들의 재정적 지원에 지속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운동이 구체적 성과를 보였다고 해도 이 운동의 지지자들이 성급하게 자축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평도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자신의 경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코치해주는 단체인 ‘8만 시간’의 창립자 윌리엄 맥캐스킬은 ALSA에 이 취지가 아닌 다른 취지에는 기부하지 않을 기부자가 많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쿼츠에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모인 성금의 약 절반이 다른 곳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는 죄의 허용”이라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후 조금은 부도덕한 일을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리는 습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LSA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성 운동 덕분에 190만 명의 기증자가 추가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운동의 지지자들이 이제 다른 곳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비영리 단체를 위해 솔루션과 전문적 조언을 해주는 인터넷 기부 체제 개발 전문회사 블랙바우드의 제품관리 담당 스티브 맥러플린운 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IT 전문매체 마샤블과의 인터뷰에서 “기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이 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던 다른 자선단체가 기부자를 잃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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