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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러, 우크라 침공` 국제금융시장은 기정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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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무장 군인 1000여 명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를 경고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28일 CNN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의 훈련, 무장, 자금 지원 등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번 사태를 정확히 '침공'이라고 규정하진 않았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수개월간 이어진 상황의 연장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대신 추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일이 러시아에 더 큰 비용과 추가 제재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 국가안보위원회 비상회의를 소집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 유럽연합(EU)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올해 모병제로 전환하기로 한 계획도 폐기하고 징병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군의 이동과 이들이 우크라이나 쪽을 향해 발사 준비를 하는 여러 장의 위성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러시아는 혐의를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는 서방이 제기한 반군 배후설, 우크라이나 개입설 등에 대해 '모른다' '아니다'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제기한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그들은 가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며 일축했다.

러시아와 서방은 유엔에서 가시 돋친 설전으로 맞붙기도 했다.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한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했다.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도발하고 있고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국제사회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정사실화하며 러시아를 압박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히려 한술 더 떠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구하자"고 호소했다. 침략자가 아닌 구원자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속셈이다.

국제 금융시장은 휘청거렸다. 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고 유가 금값은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7센트(0.7%) 오른 94.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2월물 금값도 전날보다 온스당 6.80달러(0.5%) 오른 1290.20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정학적 긴장 외에도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수정치가 잠정치보다 높아진 점이 상승을 촉진했다.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된 점이 금값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데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으로 금값 상승이 단기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안드레이 크루첸코프 VTB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영향으로 시장이 놀랐지만 호조를 보인 미국 경제지표로 인해 금값이 약간 하락하며 마감했다"고 말했다.

주요 곡물 가격도 올랐다. 밀 가격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 고조로 흑해 지역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8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12월 선물 가격은 부셸당 1.7% 오른 5.71달러로 마감했다. 옥수수 12월 선물 가격은 부셸당 1.2% 오른 3.69달러로, 콩 11월 선물 가격은 부셸당 0.5% 상승한 10.28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주가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우크라이나 주가지수는 이날 3.3% 급락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공언하자 러시아도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주가지수인 MICEX는 28일 1.7% 가까이 하락했다.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2분기 순익이 13%나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28일 주가가 6% 가까이 폭락했다.

최근 JP모건을 포함해 미국 대형 금융사 여러 곳이 해킹당한 사건과 관련해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27일 미국연방수사국(FBI)에 러시아 해커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해킹으로 인해 민감한 데이터들이 손실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식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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