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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위크엔드] 은퇴 준비없는 4050…100점만점에 62점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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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고정수입없어 창업 고민 대부분

# 6개월 전 중소기업을 다니다 부장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선택한 박모(47) 씨는 요즘 창업 박람회나 프랜차이즈 설명회를 빼놓지 않고 찾아 다닌다. 퇴직 후 천천히 ‘제 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를 편하게 놔두지 않았다. 안정적인 월급은 사라진 반면 은행 대출금, 세금, 아이들 교육비 등은 꼬박꼬박 찾아온다. 크게 개의치 않았던 각종 경조사비도 부담되기 시작했다. 퇴직금과 위로금까지, 처음 만져본 목돈의 기쁨은 곧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는 걱정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서둘러 창업했다 망하는 걸 보면서 어리석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게 내 얘기가 될 줄 몰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4050세대’(40~50대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가장 많다. 1, 2차 베이비붐세대(1995~1963년, 1968~1974년)가 몰려 있다. 이들 4050세대는 한국의 고도 성장을 이끌었고 현재도 경제를 떠받들고 있지만 퇴직 후의 삶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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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를 개발해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준비 정도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62.22점으로 매우 낮았다. 특히 재정부문은 52.6점으로 ‘낙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산출한 노후준비지수(100점 만점)를 살펴봐도 지난해 50대의 재무준비지수는 32.8에 그쳤을 정도다. 갑자기 명예퇴직이 닥치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은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 퇴직을 했다는 건 당장 고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부장급의 평균 연봉은 7700여 만원. 한 달에 600만원 가량의 대체 수입원을 찾든가, 지출을 크게 줄이는 수밖에 없다.

당장 시급한 건 지출을 줄이는 것이지만 흐름은 오히려 반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현재 4050 중산층 가구의 월 소비지출은 248만원으로 2000년(155만원)보다 60.2%나 많아졌다. 특히 같은 기간 1인당 소비지출은 연평균 5.0% 상승해 처분가능소득 상승률(4.7%)보다 높았다.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써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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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예퇴직 작업을 마무리한 KT는 급박한 사업 환경 변화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구조조정을 결정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 8356명이라는 대규모 특별 명예퇴직금으로 1조2000억원이 넘는 일회성 비용이 들어갔지만 올해 3분기부터 흑자행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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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14.7%로 가장 많았고 외식비(13.5%), 주거비(10.3%), 교통비(11.3%) 등이 뒤를 이었다. 통신비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낮은 편이었지만 2000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어느 하나 쉽사리 줄이기 힘든 지출이다. 여기에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납입 등이 추가되면 지출 규모는 더욱 불어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50대 은퇴자 부부가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려면 매달 300만원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은퇴 뒤 소득이 급감하면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채를 안고 있는 은퇴자의 사정은 심각하다.

권기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3년간 부채보유가구 비율은 줄었지만 전체 가구의 17.3%가 원리금의 80%를 부담할 정도로 쏠림현상은 심해졌다”며 “‘소비의 장벽’과 ‘부채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은퇴 이후 저소득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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