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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만져도 되고 앉아봐도 되는 친근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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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한진섭 개인전 열려

연합뉴스

가나아트, 한진섭, 떴다 떴다 비행기, 41×44×134cm, 대리석, 2011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비행기를 모는 토끼와 호랑이, 수레를 끄는 대신 수레에 올라탄 소, 하늘로 비상하는 사람의 등에 올라탄 말….

조각가 한진섭(58)의 작품은 친근하다.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귀엽게 형상화한 모습에 보는 순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눈으로만 감상해야 하는 다른 작품과 달리 한진섭의 조각은 직접 손으로 만져도 되고 앉아봐도 된다. 이는 사실 작가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한진섭의 개인전 '행복한 조각'이 열리고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조각은 섬세하고 위험해서 못 만지게 하는데 그런 개념을 깨보고 싶었다"며 "관람객이 작품에 적극 참여하게, 생활 속에 확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신작 '붙이는 석조'도 선보인다. 돌 조각은 원석을 쪼아낸다는 기존의 작업 방식에서 탈피해 돌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붙여서 만들어 간 작품이다. 작가는 특수재질로 모형을 만든 뒤 표면에 돌 조각을 붙이고 그 사이를 시멘트로 메웠다.

작가는 "덩치는 크지만 가벼운 석조, 실내 전시가 가능한 석조를 만들자는 생각에 '붙이는 석조' 작품을 만들었다"며 "석조의 개념을 바꿨다"고 자부했다.

작가는 숫자의 형상을 한 '붙이는 석조' 작품에 '0, 영순위', '3, 삼위일체', '5, 마이 갓'(5, My God) 등의 제목을 붙여 유머러스한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시장 한쪽에는 작가의 경기도 안성 작업실 공간을 재현했다.

정과 망치, 그라인더 등 돌 조각에 쓰이는 다양한 공구와 작가가 수십 년 간 작업해 온 작품의 모형 200여 점, 드로잉 등이 전시된다. 작품 모형은 작가가 실제 작품을 만들기 전에 구상과 드로잉을 거쳐 찰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석고로 뜬 것이다.

원석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 직접 정을 들고 돌 조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언뜻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막상 정과 망치로 흉내를 내려니 돌은 꿈쩍도 안한다. 그의 작업이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작업한 지 40년이 넘다 보니 돌과 얘기가 돼요. 결을 파악하고 거기에 정을 대면 크게 떨어지죠. 돌과 싸우려고 하면 제가 집니다. 돌을 구슬리고 파악해야죠. 그게 재미있어요. 어디에 정을 어떻게 대야 할지 계속 호흡하면서 해야 하거든요."

하루 10시간씩 꼬박 작업에 매달리는 작가는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아까워 대학 강의도 그만뒀다고 했다.

"조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제 조각을 보는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9월 17일까지.

☎ 02-720-1020.

hanajj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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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한진섭, 0, 영순위, 41×40×23cm, 화강석, 대리석,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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