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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메뉴 베끼기’ 심각.. 원조 영세 자영업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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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아이스크림 두고 소프트리·밀크카우 소송
영세업자 특허 정보 부족, 소송비용 감당도 힘들어


#. 최모씨(37)는 6년 전 울산 성남동의 구시가지 뒷골목에 'ㅋ' 카페를 열었다. 이후 인근 지역에 잇따라 경쟁업체가 생기자 최씨 부부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딸기와 생크림을 사용한 새로운 스무디 메뉴를 개발했다. 해당 메뉴가 인기를 끌자 주변에 동일한 제품을 출시하는 가게가 속속 생겼다.

전국에 약 700개 매장이 있는 'o' 프랜차이즈 업체는 올 1월 유사 메뉴를 출시하고 아예 대대적으로 홍보까지 했다. 이에 최씨 부부는변리사를 통해 지난 4월 해당 메뉴에 대한 특허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이후 o 프랜차이즈 업체는 특허등록에 앞서 해당 제품 판매를 먼저 공식화했다며 특허청에 최씨의 특허등록 무효를 위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최씨는 "지역주민 모두 누가 원조인지 알고 있지만 특허등록 시점이 늦어 특허청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것은 안 봐도 뻔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씨 사례처럼 베끼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청년창업가 및 영세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원조 논란을 둘러싼 법적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 사례가 최근 벌집 아이스크림을 두고 소송 중인 소프트리와 밀크카우다. 벌집 아이스크림은 소프트리 임현석 대표가 신선한 우유 위에 벌집을 올린 것으로, 지난해 출시해 최근 1년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년 새 매장이 35개로 늘었고 단일 품목으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 밀크카우.스위트럭.캐틀앤비 등 10여개 업체가 이를 베낀 메뉴를 내놨다. 이에 소프트리는 지난 4월 밀크카우에 대해 디자인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및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자 유사업체가 난립한 닭강정, 밥과 밥 사이에 반찬을 넣어 파는 '밥버거', 저렴한 감자튀김 안주를 대표 메뉴로 하는 '스몰 비어' 등도 모두 한 업체가 인기를 끌자 후발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따라한 경우다.

베끼기 업체의 경우 중국에서 짝퉁을 만드는 것처럼 이름만 살짝 바꿔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등록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업체 이름에 신(新·辛) 같은 명칭을 부여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특허등록에 대한 정보 및 지식이 부족하고, 설령 특허등록을 하더라도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또 식품의 경우 특허등록 요청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아 음악 및 그림과 달리 애초 특허등록 자체도 어렵다.

소프트리 관계자는 "영세업자들은 유사한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은커녕 냉가슴만 앓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성공할 수 있는 창의적 프랜차이즈 아이템의 싹을 잘라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의적 창업 아이템에 대한 특허등록 및 법적 소송에 대한 정부 지원창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공익변리사 제도를 이용하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료로 특허등록을 신청할 수 있으며 각 지역 지식센터에서도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보호장치를 스스로 만들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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