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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의회정치 무력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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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합의 여야, 장외 승낙만 매달린 초유 사태

유가족, 표결로 거부 … "야당 한계 있으면 빠져라"

전문가들 "국회에서 갈등 못 풀면 민주주의 위기"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야당은 뭐가 두려워 그렇게 합의하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법을 만드는 건 상대가 있다. 그래서 한계가 있다.”

▶대책위 관계자=“모든 게 인간이 하는 거 아닌가.”

▶박 위원장=“그래서 용서해 달라는 거다. 그 마음을 왜 모르겠나.”

▶대책위 관계자=“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빠져라.”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경기도 미술관. 박 위원장이 가족대책위원들과 마주 앉았다. 하지만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가족대책위는 투표로 여야 합의안을 거부했다.

한국의 의회정치가 실종됐다.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19일 다시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란 벽을 만나 미궁에 빠졌다. 여야가 사회적 갈등을 국회 안에서 해결하는 의회정치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합의안을 가지고 국회 밖의 승낙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초유의 형국이다. 전날 밤 의원총회에서 유족들이 찬성할 때까지 합의안 추인을 보류키로 결정하는 바람에 박 위원장은 하루종일 유족들을 설득하러 다녔다.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38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 등을 만나선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가족을 만나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피해자 가족 총회’ 전 임원회의에는 박 위원장, 윤후덕 비서실장,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총출동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새정치연합을 지켜보기만 했다. 김무성 대표는 관훈토론회에서 “법과 질서를 벗어나는 합의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9일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국회는 5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생산성 0점’의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이 와중에 19일 심야에 야당이 전격적으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게 방탄국회 논란으로 이어지며 정치권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단국대 가상준(정치학) 교수는 “여야가 국회 안에서 문제를 풀지 못하고 국회 밖으로 가져가는 건 명백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특히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리더십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하·이지상 기자

김정하.이지상 기자 wormhole@joongang.co.kr

▶김정하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wor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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