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해야 진정한 美 발휘"…수학자대회 강연에 3천여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제임스 사이먼스(77). 순수 수학자에서 한때 연수입 3조원의 펀드 매니저, 그리고 은퇴해서는 수천억원을 대학에 기부하는 자선 사업가가 되기까지 그가 항상 놓지 않았던 것이 있다. 수학, 그것은 그에게 평생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서울 세계수학자대회가 개막한 13일.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사이먼스의 대중강연은 주요 행사가 모두 끝나고 저녁이 돼서야 열렸지만 강연장은 3천명이 넘는 인파로 빼곡했다.
대선배의 조언을 들으려고 각국의 수학자, 국내 중·고등·대학생, 증권·금융업계 직장인까지 다양한 청중들이 숨죽이고 그의 입에 눈과 귀를 모았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그의 강연은 자신의 인생사처럼 수학으로 시작해 수학으로 끝났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색엔진, 소셜네트워크 등 문명의 이기가 모두 기초과학인 수학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였다.
잘나가던 수학자에서 주식 투자 전문가로 갑자기 변신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그는 "(스토니브룩대) 학과장 7년째 좌절감도 많이 들었고 이혼 뒤 재혼을 했지만 돈이 없어 아버지에게 기대고 있었다"면서 "지인의 도움으로 시작했지만 가슴이 부들부들 떨릴 만큼 주식 투자의 실적이 좋았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할 지경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수학을 응용하면 가슴을 졸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면서 "차츰 정교한 수학 모델을 이용해 거래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가 무엇인지, 순수가 아름다운 것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면서 "어떤 도표, 어떤 방정식이 나오기 이전부터 수학 그리고 비즈니스는 존재했다.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해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강연 말미에 "몇 가지 인생의 지침을 드리겠다"면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모든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파트너를 신중히 골라라·아름답다고 느끼는 일을 하라·절대 포기하지 마라'였다.
그는 특히 세 번째로 제시한 '아름답다고 느끼는 일'을 여러 번 강조했다. 자신에겐 그게 바로 '수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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