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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맛있는 빵의 새 기준 ‘천연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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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첨가물 없고 깊은 맛에 쫄깃한 식감

천연효모를 사용해 반죽을 발효시킨 천연발효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작은 규모의 동네빵집들이 특화된 맛의 천연발효빵을 선보이며 지역 명물로 유명세를 타더니 최근에는 백화점들이 천연발효빵 경쟁에 가세했다. 자사 베이커리 대신 동네에서 이름을 날리는 빵집들을 입점시켜 소비자들 입맛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2년 전 본점에 입점시켰던 브로드카세 매출이 늘어나자 잠실점, 노원점, 건대스타시티점 등으로 매장을 확장했고 수원점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인천의 대표적 빵집인 안스베이커리 매장이 영등포점에 들어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강남점에 서울 자양동의 소문난 빵집 라몽떼를,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 등에 베이커스 필드를 각각 입점시켰다. 더 플라자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케제르는 올 7월까지 누적 방문고객과 평균 매출이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났다.

경향신문

▲ 10시간에서 길게는 3일씩 반죽 숙성

발효되면서 유산균 생기고

당·전분은 분해돼 소화흡수 도와


▲ 동네서 이름 날리던 빵집들

백화점으로 속속 입성

방문고객·매출 눈에 띄게 늘어


■ 천연발효빵이란

빵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밀가루(혹은 호밀가루)와 물, 효모, 소금이다. 효모는 자연에서 얻지만 이를 정제해 인위적으로 대량 배양한 것이 이스트, 자연 상태에서 배양한 것이 천연효모다. 일정한 상태로 발효시키고 균질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손쉽게 이스트를 사용하면 된다. 대신 천연효모는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빵맛에 큰 차이가 나 상당한 경험과 숙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양산 빵은 이스트를 사용한다. 반면 오랜 경험과 전문 노하우를 가진 동네빵집 중에서 천연효모를 사용해 차별화를 시도하는 곳이 여럿 있다. 천연효모가 가지는 고유의 풍미를 빵맛에 살려내는 것이다.

천연효모는 호밀이나 밀 등 곡물, 건포도나 무화과 등 과일에서 얻는다. 쌀이나 허브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흔히 사용하는 효모는 호밀이나 밀, 건포도를 이용한 것이 많다. 천연효모에 밀가루와 물 등을 섞어 사용하기 쉽게 배양한 것이 천연 발효종이다. 프랑스어로는 르방(levain), 영어로는 사워도(sour dough)라고 한다. 사워도란 말 그대로 시큼한 반죽이란 뜻이다. 발효가 되어 산도가 높아지므로 빵에서 특유의 신맛이 나기도 한다.

천연효모만으로 발효를 시킬 수도 있지만 활성화를 돕기 위해 극소량의 이스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JW메리어트 신태화 제과장은 “빵의 종주국인 프랑스의 경우 천연발효빵은 배양된 이스트를 0.2%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국내엔 아직 없다”면서 “국내에서도 대체로 이 수준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 왜 천연발효빵인가

이스트를 사용한 빵은 나쁘고 천연발효빵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비자들이 천연발효빵에 열광하는 것은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천연발효빵을 보급해온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균질한 맛으로 빵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개량제나 유화제 등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지만 천연효모의 풍미를 살리는 천연발효빵은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발효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지만 자연친화적이고 구수한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황슬기 MD는 “천연발효빵은 천연효모의 풍미가 살아 있기 때문에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나는 데다 쫄깃한 식감도 강하다”며 “이 때문에 천연발효빵을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발효빵은 적게는 10시간 정도, 길게는 3일이나 반죽을 숙성시킨다. 온도가 높으면 지나치게 많이 발효돼 반죽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시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기 숙성 과정이 소화 흡수에도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신태화 제과장은 “오랜 시간 발효가 진행되면서 유산균 등 다양한 물질이 생산되고 당과 전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소화도 잘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아 이 같은 성분에 민감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생목 오른다고 하는 분들도 천연발효빵은 편하게 드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유럽식 담백한 빵이 많아

천연효모는 단팥빵이나 크림빵 등 달콤한 빵보다는 유럽식 담백한 빵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설탕이나 버터, 계란 등 각종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달고 기름진 빵은 천연효모의 풍미와 질감을 제대로 살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식 빵은 한국인의 밥처럼 오랫동안 유럽의 주식이 돼 왔던 빵이다. 프랑스의 전통빵인 캄파뉴나 바게트, 독일 호밀빵,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등이 대표적이다. 천연발효빵을 내놓는 빵집들은 여기에 크렌베리, 커런트, 무화과, 올리브, 건포도, 호두, 치즈 등을 섞어 색다른 맛을 내는 경우도 많다.

제과명장인 안스베이커리 안창현 대표는 “단맛이 나는 빵을 만들 때도 사워도를 섞어 반죽을 만들면 계란이나 버터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잡아준다”며 “담백한 천연발효빵은 유산균 음료나 과일주스와 함께 먹으면 더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 어떤 곳들이 있나

주요 백화점 식품매장에는 천연발효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가 있다. JW메리어트 등 호텔 베이커리에서는 천연발효빵 코너를 따로 운영한다. 더 플라자의 ‘에릭케제르’는 프랑스에서 들여온 천연발효종으로 프랑스식 빵을 만든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툭트, 치아바타 토마트, 브리오슈 등이 인기 메뉴다.

백화점이나 호텔 외에는 대부분 지역에 있는 소규모 빵집이 빵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서울 한남동 ‘오월의 종’은 평일에도 오후 2시면 문을 닫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치동 로베쟈빵, 블랑제리장, 신사동 뺑드빱바, 서교동의 오븐과 주전자, 브레드05, 상수동 퍼블리크, 여의도 브레드랩 등도 소문난 동네빵집이다.

<글 박경은·사진 김창길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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