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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대박 조건 ‘팩션’… 허구 아닌 사실 기반 영화들 ‘진정성’으로 관객 끌어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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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상반기 한국영화시장은 유난히 조용했다. 올해 초 86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수상한 그녀> 이후로 한국영화는 거의 전멸한 상황이었다. 내로라하는 미남 배우들을 동원한 영화들이 100만명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은 기존의 영화 흥행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1000만명을 넘겨 15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명량>은 올해 한국영화들과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바로 ‘사실’이다.

‘팩션’이 대박영화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팩션(faction)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해 만들어진 말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롭게 만들어진 작품을 말한다. 팩션 영화들은 허구가 아닌 실제 이야기의 힘으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역대 영화 흥행기록을 보면 1000만 관객으로 가는 길은 ‘팩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팩션 영화들이 많다. 흥행순위 10위권 안에 들어 있는 한국영화 8편 중 절반인 4편이 팩션 영화다. <왕의 남자>(2005) <광해, 왕이 된 남자>(2013) <변호인>(2013) <명량>이다. 10위권 안에는 못 들었지만 영화 <관상>(12위) <국가대표>(16위) 등도 팩션 영화다.

팩션 영화는 일단 익숙하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다. 영화 평론가 남동철씨는 “<명량>에서 우리가 이순신의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이순신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잘 투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명량>의 이순신은 할리우드의 영웅들처럼 추상적이지 않다”며 “정치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이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규모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승부하기 힘든 한국영화들은 팩션을 통해 ‘진정성’을 더해 관객들을 끌어모은다. 최근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들은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엣지 오브 투모로우>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처럼 SF영화들이 많다. 허구에 기반을 둔 스토리에 크고 화려한 규모의 CG(컴퓨터그래픽)로 승부를 본 영화들이다. 규모로만 승부하기 어려운 한국영화들은 ‘CG+이야기의 힘’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명량>의 흥행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웃음, 감동, 액션’의 세 코드를 넣어야 흥행한다’는 흥행공식이 깨졌다”며 “실존인물에 기반을 둔 진정성 있는 스토리에 관객들이 훨씬 더 공감하고 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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