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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윤일병 사건의 슬픈 뒷면, 가해자도 피해자…'폭력의 대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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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군대 폭력 매커니즘 여실히 입증"

뉴스1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GOP 총기 난사 사고를 계기로 병영 문화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2014.7.16/뉴스1


경기도 연천 28사단에서 4월 발생한 '윤 일병 사망사건'의 가해자 가운데 1명은 윤 일병이 부대에 전입하기 직전까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경우로 후임병에 대한 선임병들의 집단 가혹행위가 해당 부대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대물림 됐다는 반증이다.

1일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병사는 사망한 윤 일병의 바로 위 선임자인 A병사로 윤 일병에 최소 3차례 이상 폭행을 가한 혐의가 확인됐다.

다만 군 검찰은 범행 정도가 다른 가해자들에 비해 약하다고 판단해 그를 불구속 기소한 상태에서 이전에 당한 가혹행위에 대한 수사를 별도로 진행중이다.

A 병사는 윤 일병이 부대로 전입하기 전인 2014년 2월까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모 병장(25)을 비롯 다른 가해자들에 심각한 폭행과 '물고문', '치약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왔다.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 치약을 먹이고 물고문을 했다고 보도했는데 치약 등으로 고문을 당한 것은 윤 일병의 바로 윗 선임"이라며 "해당 병사는 윤 일병이 들어오기 전인 작년 12월 치약 한통을 입에 다 짜서 먹게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A 병사 역시 "목소리가 작고 말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으나 윤 일병의 전입과 동시에 그는 가해자로 변모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28사단 예하 포병대대 의무지원반은 간부들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일종의 사각지대에 놓여 육군 관계자는 "포병대대 의무반은 본부중대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의무반은 다른 중대에 소속돼 있었다"며 "대대장이 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고 밝혔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당 병사 외에 구속된 가해자 중 일부도 주범 이 병장으로부터 후임 관리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구속된 가해 병사 중 지 모 상병도 이 병장에 말을 듣지 않으면 윤 일병 등 처럼 얻어맞을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며 "이후 지 상병은 이 병장의 지시가 없어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폭행을 자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번 사건은 군대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매커니즘, 즉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서 폭력의 악습이 대물림되고 지속되는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군대의 구타가혹행위라는 악습을 뿌리 뽑는 숙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사건 직후 전 부대에 걸쳐 구타 및 가혹행위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가혹행위 피해 인원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지휘관 화상 회의로 전 부대에 대한 구타 및 가혹행위를 확인한 결과 상당히 많은 피해인원이 나왔다"며 "육군 내 상급병이 후임병을 쉽게 생각하는 풍토가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

(서울=뉴스1)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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