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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몸캠' 응했다 패가망신, '사이버 꽃뱀' 먹잇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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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일명 '몸캠'을 제안하는 누리꾼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몸캠 하실래요?"

A씨는 지난 2월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대화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서로 알몸 사진을 주고받는 일명 '몸캠'을 하자는 것. 평소 SNS '세컨 계정'(성적인 농담과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 익명으로 만든 계정)을 통해 다른 여성과 신체 사진을 공유한 경험이 있는 터라 거부감 없이 몸캠에 응했다.

한창 몸캠을 진행하던 중 해당 여성은 갑자기 돈을 요구했다. "거부하면 지인들에게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몸캠 중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설치하라고 했던 패치파일을 통해 A씨의 전화번호부가 해킹된 것. A씨는 후회했으나 어쩔 수 없이 계좌이체를 통해 300만원을 건냈다.

SNS상에서 진행되는 일명 '사이버 러브'가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이버 러브를 즐기는 누리꾼을 상대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뺐고 빼았기는 강력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신종 피싱 범죄인 '몸캠'을 포함한 인터넷 사기 검거된 사건수는 2011년 3만2803건에서 2012년 3만3093건, 2013년 3만9282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몸캠 사건 피해자가 스스로 노출을 꺼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러브는 '세컨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세컨 계정은 문자 그대로 두 번째 계정이라는 뜻이 아니라 익명으로 음란한 사진과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뜻.

트위터 세컨 계정을 이용하는 이들의 프로필 사진에는 나체 사진을 여과없이 공개해 놓고 있다. 스스로 여고생이라 소개한 XX세컨 계정을 사용하는 트위터 이용자는 자신의 각종 신체 부위를 찍어 올려 7800여명과 이를 공유하는 맞팔을 맺었다. 이들은 서로 원하는 부위 사진을 요구하고 이를 보며 반응을 공유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사이버 러브'를 즐기는 누리꾼들의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해당 영상을 유포하는 '사이버 꽃뱀'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SNS에 자신의 신체 사진을 올리는 누리꾼들을 상대로 '몸캠'을 제안해 범죄로 유도한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 범죄자들은 범인이 될만한 사람들을 상대로 제안을 한다"며 "SNS 세컨계정을 가진 불특성다수를 상대로 무작위로 범행을 저지른다.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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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몸캠' 피해자의 사진이 대화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인들에게 공개되는 장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몸캠 범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이버 꽃뱀'들은 중국 현지에서 사무실을 두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다. IP를 추적해도 중국에 있는 범죄자를 검거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수사에 어려움이 따르면 외국에 본사를 둔 SNS를 통해 범행을 저지른다. 범행 수단으로 악용되는 무료 통화 어플인 스카이프 역시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수사를 하려면 미국 현지에 가야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서에 한달에 약 5명 이상씩 유출을 막아달라고 찾아오는 데 뾰족한 수가 없다"며 "해외에 있는 총책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다. 주로 한국 사무소에 있는 인출책만 검거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러브의 환상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에서 억압된 성적인 욕구를 가상 세계에서 풀려고 하기보다 현실 공동체 속 인간 관계에 충실해야 한다는 충고다.

전문심리상담단체 헬로스마일 분당센터의 황미구 원장은 "경제력이나 외모를 중요시하는 현실에서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하자 SNS란 가상 공간에서 왜곡된 자아를 통해 연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이어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서의 연애에 충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현실과 가상 현실을 구분 못하는 것은 정신 분열증의 초기 증세로 자칫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이 보장될 것이란 생각으로 과감하게 행동하지만 이로 인해 유출된 사진을 회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다. 익명으로 연락하는 아이디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광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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