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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도세력 퇴조 … "강경파 당권 잡으면 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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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을 심판했다 - 새정치련 참패 후유증

친노 "빨리 전대 열어 당 대표 뽑자"

486 "연말까진 비대위 체제로 가자"

위기 수습책 싸고 계파 간 입장 차

중앙일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운데 하얀 머리)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김 공동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대표직을 사퇴했다. [오종택 기자]


7·30 재·보궐선거에서 11대4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 이튿날인 31일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날 오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수도권 완패에 호남까지 내줬다. 지도부를 위로하고 감싸주려는 게 아니라 집단 패닉 상태”라며 “월드컵 때 홈그라운드에서 독일에 7대1로 패배한 브라질이 어떤 심정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2012년 총선·대선에 이어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까지 사실상 4연패에 빠진 데다 한때 필승카드로 여겼던 ‘안철수’라는 구원투수마저 허무하게 무너지고, 손학규 고문은 정계를 은퇴하자 당 내부에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과 함께 위기 극복에 대한 의견이 ‘백가쟁명(百家爭鳴·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움)’ 식으로 던져지고 있다.

친노그룹의 초선 김현 의원은 통화에서 “패배의 후유증을 털기 위해서는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임시조직인 비대위 체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이 큰 위기에 빠진 만큼 대선후보 그룹을 포함한 리더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박지원 의원 등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시되는 인사들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공개행보를 자제해온 문재인 의원까지 당권주자로 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486 그룹의 우상호 의원 등은 조기 전당대회를 반대하고 있다. 우 의원은 “당이 골격을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가 현재는 만만치 않다. 호남의 박주선(3선) 의원도 “여름휴가철과 국정감사(9~10월)가 연달아 맞물린 만큼 조기 전당대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 대표 선거에 대해서도 “대권주자군이 당 대표가 되면 일찌감치 줄서기가 시작되는 등 당이 혼란스러워진다”고 반대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중간평가를 받은 만큼 누구 탓을 할 것도 없다”며 “전당대회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당초 ‘선명한 대여투쟁’ 노선보다 중도실용 노선을 추구했던 김·안 체제가 무너진 만큼 향후 야권 내 중도세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원한 충청권의 한 의원은 “안·김 대표에 이어 손학규 고문까지 떠난 이상 중도층 공략은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며 “선거패배로 인해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월 창당 이후 공천 등에 있어 강력한 권한을 발휘해왔던 안·김 체제가 소멸된 힘의 공백을 틈타 차기 당권을 노리는 각 계파의 물밑 움직임은 분주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엔 중진 의원이 재·보선 전부터 측근 의원들에게 ‘전당대회 준비 체제로 돌입하라’는 메시지를 돌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당의 향후 정체성(正體性)과 노선에 대해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대구시장에 도전해 선전했지만 낙선했던 김부겸 전 의원은 “정부 심판론보다는 경제와 민생에 무게 중심을 두고 중도층을 공략해야 당이 일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 의원은 “야당은 시끄럽고 강력하게 반대할 때 핵심 지지층이 따라온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당 관계자는 “너무 심각한 패배이다보니 아직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눈치만 보며 물밑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라며 “일단 비대위가 꾸려지고 나면 당 운영과 정체성에 대한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유성운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유성운.오종택 기자 Jongtack@joongang.co.kr

▶오종택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oj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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