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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번 털리면 문닫아야" 정보유출 책임에 기업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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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법정 손해배상 부담 커 "배상금 천문학적"…정부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위한 기본 인프라"]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책임이 대폭 커지면서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피해보상 규모 등이 현실적으로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보유출 피해액의 3배 물어야"

31일 정부가 발표한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손해배상 및 처벌 강화 등의 개선방안을 담았다.

우선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인정보 관련 법 모두에 도입된다. 방대하고 중요한 고객정보를 다루는 이동통신사, 금융사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도 해당된다.

머니투데이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 중 하나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안/자료=안전행정부


개인이 피해액을 입증하지 못해도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한다. 법원 판결에 따라 300만원 이내에서 손쉽게 배상 받을 수 있는 '법정 손해배상제도'다.

그동안 개인들은 정보유출 사고가 나도 피해여부 입증이 어려워 배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법정 손배제도가 도입되면 피해액 입증 없이 법원 판결만으로 정해진 금액을 간편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법정손해배상제는 기업 등이 제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1년 유예기간을 둬 시행된다. 이전 발생한 사고는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올 초 잇따라 터진 신용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또 개인정보유출 관련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현행 최대 징역 5년, 벌금 5000만원에서 징역 10년, 벌금 1억원 이하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고객정보 유출되면 회사 문 닫아야"…소송 난무 우려

기업들은 이번 개인정보보호 대책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정·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동시 도입되면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과 배상금 규모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보유출 문제로 소송으로 간다 해도 기업이 통상 '위자료' 명목으로 10만~20만원을 배상하는 데 그쳐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해액이 입증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따라 3배까지 배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법정손해배상제는 정신적 피해도 인정하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 입증 없이 유출 사실만으로 300만원 이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금융사의 한 임원은 "고객 정보 보안에 각별히 신경은 쓰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최근엔 금융소비자 보호 분위기가 강화돼 이를 노린 악성민원도 많고 실제 고객 소송 사례 중엔 피해사실이 과장되었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배상제도가 강화되면 기업이 되레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정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 1만명 개인 정보가 유출됐을 경우 피해가 입증되지 않아도 최대 3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며 "고객정보를 많이 다루는 기업에서 정보유출 사태가 한번 나면 그 배상액이 천문학적 수준이 되고, 만약 중소기업이라면 아예 회사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업이 고객 정보를 소홀히 다룰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책임을 묻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며 "오늘 발표한 대책을 '개인정보보호 강화'가 아니라 '정상화' 대책이라고 붙인 것도 국민들의 권리구제 실현과 기업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기본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으로는 실제 기업의 보상이 강화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기업이 최소한의 가이드만 지키면 법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자율규제 방식으로 환경을 바꾸거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또 피해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특성을 감안해 '피해액을 간주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좋다는 제안도 있다. 김성천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현행법상 제정까지는 난관이 많을 것"이라며 "저작권법처럼 피해사례에 따른 피해액을 미리 정해놓고 이에 맞춰 배상을 하는 방식이 실제 도입하기도 쉽고 실효성도 높다"고 말했다.

강미선 진달래기자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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