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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불법 어업으로 ‘유령선’ 될 뻔한 한국 원양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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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성 7호, 아르헨티나 EEZ 침범해 이빨고기 불법어획

해수부 어획증명서 발급 거부하자 6개월간 입항 못해

공해생활 길어지자 선장 등 4~5명만 남고 선원 철수

해수부 요청으로 다음달 5일 몬테비데오항 입항 결정



유럽연합(EU)의 ‘한국 불법어업국(IUU) 지정’ 6개월 유예, 원양어선인 인성 7호의 아르헨티나 배타적 경제수역(EEZ) 11회 침범 불법어획…. 한국원양어업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최근 두가지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인성실업 소유인 인성 7호는 지난해 6월30일부터 10월29일까지 대서양 서남부 해역에서 이빨고기(메로) 113t을 수확했으나 수차례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로부터 어획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인근 아르헨티나 항구에 들어가지 못한 채 최근까지 9개월 동안 공해상을 떠돌았다. 어획증명서가 없는 원양어선은 어획물을 수출할 수 없고, 주변국 입항 시에는 모두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 조신희 과장은 3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우루과이 정부에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 인성 7호가 어획증명서 없이 8월5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에 들어가기로 결정됐다”며 “인성 7호는 소송을 내지 않을 경우 원양산업발전에 따라 과태료 부과, 어업허가정지 등 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위성선박위치추적장치(VMS)를 통해 조업기간 항적을 조사한 결과, 인성 7호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배타적 경제수역을 5일 동안 11회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원양어선에 동승해 조업을 감시·감독하는 옵저버의 기록에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이빨고기를 잡은 사실이 확인됐다. 해수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30일 불법조업이라는 이유로 인성 7호의 어획증명서 발급요청을 거부했다. 이빨고기에 대한 어획증명서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규정에 따라, 어선이 보고한 조업수역에서 어업허가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고 보존조치 규정에 전적으로 부합되는 경우 발급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긴 인성 7호는 어획증명서가 없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15일까지 대서양 서남부 공해에서 계속 조업하며 버텨왔고, 이 기간 151t의 이빨고기를 추가로 잡았다. 현재 인성 7호에 적재된 이빨고기는 264t에 이르는데 그 전에 잡은 113t은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공해상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짐 따라 31명의 선원 중 현재 선장과 기관사 등 4~5명만 빼놓고 다른 선원들은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그동안 인성 7호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자칫 이 건이 유럽연합 등의 불법어업국 지정에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해당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뒤 지난달 실사단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고, 지난 23일에는 내년 1월까지 불법어업국 지정을 유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24일 인성 7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해수부와 미국, 유럽연합, 주변 항만국 등이 국제공조를 해 인성 7호를 즉각 안전하게 인접 항구로 ‘강제’ 귀항시킬 것”을 촉구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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