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뇌사 50대 남성,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 선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남성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면했다.

30일 전북대학교병원에 따르면 기봉씨(50‧전주)는 24일 교통사고로 전북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진단을 받았다.

비록 기씨가 생전에 장기 기증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장기기증에 긍정적이었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부인 정미숙씨(50)는 “남편은 생전 ‘장기기증이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일’이란 말을 자주 했다”며 “비록 장기기증 서약을 하진 않았지만 남편의 뜻이라 생각하고 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라며 “남편이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이었던 만큼 ”남편의 장기를 기증받은 분들도 부디 건강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들 성준씨(22)도 “아버지는 생전 남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셨다”며 “가시는 길에도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 가족은 자신들 역시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고인이 기증한 장기 중 신장 1개는 전북대병원에서 이식됐으며, 신장 1개와 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폐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 전달돼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쓰였다.

전북대병원에서 이식수술을 집도한 간담췌이식외과 유희철 교수는 “갑작스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새 생명을 선물받은 환자들이 고인과 가족들의 숭고한 뜻을 마음 속 깊이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씨의 장기기증으로 올 들어 전북대병원에서 장기를 기증한 뇌사자는 총 13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간장 13개와 신장 26개, 심장 2개, 폐 2개를 기중해 수혜자 42명의 생명을 살렸다.

(전주=뉴스1)박효익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