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학살 포장하는 이스라엘의 교묘한 '언론 플레이'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프랭크 런츠 미국 공화당 미디어 전략가


세계일보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다. 의문점은 (유엔) 건물 내 군수품이 누구 것이냐며 당시 상황이 어땠느냐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보호시설 공격에 대한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의 27일(현지시간) 해명이다. 레게브 대변인은 17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운을 뗀 뒤 “이스라엘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땅굴을 없애기 위한 것”이며 “하마스는 이미 우리의 휴전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만 1100명에 육박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 측 대변인 말은 이처럼 능수능란하고 부드럽다. 이스라엘군의 ‘변경 보호 작전’은 일방적인 가자 주민 ‘학살’이라는 아랍 측 비난에도 국제사회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열강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력한 로비력과 함께 교묘한 미디어 전략에 기인한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8일 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언론 플레이’는 철저히 유대계 로비 단체 ‘이스라엘 프로젝트’가 2009년 미국 공화당 여론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프랭크 런츠에게 의뢰해 만든 기밀 공보 지침서를 따른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의 1차 가자지구 침공(2008년 12월∼2009년 1월) 직후 유대인에 대한 미국 등 국제여론이 악화하자 서방을 상대로 한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모색했다.

런츠는 112쪽짜리 지침서에서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인이 싫어하고 선호하는 표현 또는 프레임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일례로 런츠는 가자지구 침공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은 국경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등 현재 이스라엘 국경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불법 점령한 영토임을 밝혀서는 안된다. 런츠는 ‘1967년’을 언급하는 순간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율은 89%에서 60%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난민’도 가급적 피해야 할 단어다. 난민을 언급하는 순간 미국인은 1950년대 이스라엘의 이·팔 분리정책이나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정책)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는 “최종 합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정도로만 언급하고, 난민에 대한 집착은 “평화협상을 깨뜨리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반드시 가자주민의 희생과 고통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런츠는 강조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