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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뚜껑도 열기 전에 빛부터 바랜 ‘미니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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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역대 재보선 중 최대 규모로 실시될 7ㆍ30재보선이 초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각종 구태로 얼룩지며 ‘미니총선’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선거가 치러지는 마당에 투표 외면 현상까지 나타날 경우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난 여론에 불을 댕긴 것은 정략만 있고 전략이 없는 공천 작업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광산을 선거를 준비 중이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돌연 서울 동작을에 내보냈다. 동작에서 14년간 정치활동을 하며 기 전 부시장과 20년 지기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은 배제됐다. 허 전 위원장은 즉각 “패륜공천”이라고 반발하며 급기야 당 대표 회의실까지 점령하기까지 했다. 기 전 부시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허 전 위원장이 막아서며 현장에서는 허 전 위원장 측과 당직자들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동작을에 출마했다 ‘기동민 카드’에 물러난 금태섭 전 당 대변인은 수원정(영통) 전략공천이 추진됐으나 당내 반발과 금 전 대변인 고사로 지도부는 또 한 번 내상을 안게 됐다. 당내 공천 갈등에 시달리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하느님도 공천 비판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천에 대한 깊은 시름을 표출했다.

새누리당도 공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윤상현 사무총장이 “십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오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끝내 동작을에 출마하지 않았다. 고사하던 나경원 전 의원도 후보등록 딱 하루 전날 돼서야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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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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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그림로비 혐의에 연루됐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충남 서산ㆍ태안 공천을 신청해 최종 경선 대상에 오르자 새누리당 공천위 대변인인 김태흠 의원은 공천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하기도 했다.

상대당 후보에 대한 의혹 공세도 여지 없이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에게 ‘남편 재산 축소’ 및 ‘탈세’ 의혹 등을 걸어 권 후보가 배우자 본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 명의의 상가 점포 9채를 보유하면서도 2011년과 2012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권 후보가 이 시대의 양심이고, 용기이고, 정의라고 치켜세우더니 양심은 불량하고, 정의는 실종된 게 권 후보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대해 재산 허위 신고 의혹을 제기하며 수원지검에 김 후보를 고발했다. 김 후보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에 논 2필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9억7250만원으로 재산신고를 했는데 해당 토지는 지난해 4월 19일 지목이 대지로 변경됐고, 2014년 1월 공시지가로는 13억4299만원에 달해 3억7049만 원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거만 다가오면 뭉치는 야권연대도 연출돼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기습적으로 단일화 를 제안하며 야권연대가 급물살을 탔으며, 기동민 사퇴로 일단락됐다. 이어 수원정(영통)에 나선 정의당 천호선 후보, 수원병에 출마한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줄줄이 사퇴하며 동작은 정의당, 수원 2곳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단일화로 귀결됐다. 끝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과적으로 당대당 교통정리가 이뤄져 선거공학적 연대가 반복됐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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