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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초동수사 부실로 미궁에 빠진 유병언 사망 원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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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외력·지병에 의한 사망 '확인 불가'…"뱀독·약물에 의한 사망은 아니다"

연합뉴스

국과수 "유병언 틀림없지만 사망원인은 판명 못해"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감정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발표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에 대한 정밀 감정 결과의 요지는 '정확한 사인을 판명할 수 없다'는 다소 허망한 내용이었다.

적어도 유씨가 뱀에 물리거나 독약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것 외에는 사실상 새롭게 밝혀진 것은 없다.

이 때문에 지병을 앓고 있었던 유씨가 도주하다 탈진으로 자연사했는지, 누군가에게 맞거나 목을 졸려 죽임을 당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게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유씨 시신이 너무 오래 방치돼 심각하게 부패하면서 대부분의 장기가 소실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다.

시신 부검으로 확인된 것은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씨의 사망과 관련한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접근하려면 유씨의 도주 행적과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대한 면밀하고 입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신에선 마땅히 확인할 것이 없다" = 유씨의 시신은 경찰이 밝힌 것과 달리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었다. 머리 등 일부분이 구더기로 인해 심각하게 손상됐지만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근육이 남아 있었다.

일단 확인된 것은 유씨가 독극물에 중독되거나 독사에 물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목이 잘려나갔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고, 흉기에 찔린 흔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외력에 의한 충격이나 목졸림 등 다른 형태의 타살 의혹이 있는지, 유씨가 지병이나 탈진, 저체온증 등에 의해 자연사했는지 등은 심장이나 폐 등 장기가 너무 심하게 부패해 파악할 수 없었다.

경찰이 지난달 12일 변사체를 발견했을 때 초동수사를 제대로 해서 그 시신이 유씨일 개연성에 주목하고 서둘러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면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날 국과수 발표 현장에 동석한 외부 법의학자들은 시신 최초 발견 당시 경찰의 초동대처가 부실해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 단서를 놓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신몽 가톨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사인을 밝히는 데는 시신의 행적과 현장 모두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며 "이번 경우 시신 발견 현장에 대한 법의학적 관찰이 없었기 때문에 사인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태 전남대 법의학 교수 역시 "신원확인이 늦어진 것은 경찰만 현장에 갔고 경찰 시각으로만 현장을 봤기 때문"이라며 "법의학자가 현장에 함께 갔더라면 또 다른 의견 개진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유씨 시신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한 경찰의 설명에도 또 다른 물음표가 따라붙는 등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과수에서도 명확한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못함에 따라 유씨 변사 사건에 대한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차 부검 때와 국과수 정밀 부검 때 시신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항간의 의혹에 대해 국과수는 1차 부검과 국과수 부검 때 촬영된 유씨 치아 사진을 제시하면서 같은 시신이라는 내용을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또 국과수는 정밀 부검 결과에 대한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이날 이례적으로 감정 결과 브리핑 이후 외부 법의학자들의 소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하기도 했다.

◇ 공은 다시 수사당국으로 = 결국 유씨의 사인을 규명하는 것은 수사당국의 몫이 됐다.

강신몽 교수는 이날 발표장에서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국과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인 규명은 시신 부검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씨의 행적과 현장에서 얻은 단서를 함께 분석하면서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씨가 숨진 채 발견된 전남 순천 송치재 매실 밭 현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인근 지역의 지형적인 요건과 당시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곳의 환경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큰 곳"이라며 "유씨가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숨진 모습이 찍힌 현장사진을 보면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인해 오히려 덥다고 착각하는 '이상탈의' 증상을 겪은 정황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렇듯 시신이 처음 발견된 모습과 주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유씨 사인 규명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낙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져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 대한 추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찰은 유씨의 유류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지팡이나 가방에 담겨 있던 매실 등 열매는 대수롭지 않게 버리기도 한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결국 사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서는 일은 유씨 변사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순천경찰서에 설치된 경찰 수사본부의 몫이 됐다.

banan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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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 마친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감정결과를 브리핑한 뒤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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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앰뷸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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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유병언 추정 변사자 감정 주요 결과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5일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jin34@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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