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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이돌·회전무대만 보인 뮤지컬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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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함 초점 불구 감동도 여운도 없어



아이돌 캐스팅과 4중 턴테이블 회전 무대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했지만 속은 빈약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드라큘라에게 피를 모두 빼앗긴 뱀파이어처럼 생기없는 내용을 이어가다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지난 15일 개막한 ‘드라큘라’는 1987년 브램 브로커가 쓴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아이돌그룹 JYJ의 김준수,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배우 류정한이 드라큘라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티켓 오픈일에 전석을 매진시킨 김준수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음산한 분위기의 드라큘라를 연기했다. 김준수는 몸에 딱 붙는 검정색 가죽 바지를 입고, 하얀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치며 여심을 흔들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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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너츠 모양의 원형 테이블 4개가 회전하며 드라큘라의 성, 무덤, 여주인공 미나의 방, 기차역 등 다양한 배경을 만들어내는 무대 역시 눈길을 끌었다. 공중에서 관이 내려오고 그 안에 있는 드라큘라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장치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러브스토리는 밋밋하다 못해 지루하다. 10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 벨라스코극장에서 공연할 당시에도 뉴욕타임스로부터 “하품난다(Yawns)”는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제작진은 이번 공연을 위해 원작 대본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400년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지켜온 드라큘라와 드라큘라로 인해 친구 루시를 잃은 여주인공 미나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그다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부 대사와 노래 가사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드라큘라를 쫓는 반 헬싱 교수와 그의 일행들이 드라큘라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도 나오지만 비중이 작았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지금 이 순간’ 등을 탄생시켰던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지만, 드라큘라와 미나가 부르는 듀엣곡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s me alive)’를 제외하면 음악도 평범했다.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여자를 웃게 하는 방법을 모르시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듯, 관객을 웃게 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유머 역시 빈약하다.

무엇보다 미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놓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당신을 파괴할까봐 두렵다”고 고백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드라큘라의 모습이 와닿지 않는다. 일부 관객은 막이 내리자마자 “이게 끝이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스펜스보다 애절한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감동의 여운을 남기지 못한 것이다. 김준수, 조정은, 양준모 등 주연배우들의 가창력과 공들인 무대만 남았다. 미나역은 조정은과 함께 뮤지컬 ‘위키드’에서 글린다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정선아가 맡았다. 오는 9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re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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