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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오락영화 ‘군도’냐 정통사극 ‘명량’이냐 가족영화 ‘해적’이냐… 블록버스터 한국영화 무엇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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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영화 흥행작 한 편 없이 한산했던 극장가에 블록버스터급 사극 세 편이 찾아온다.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다. 세 편 모두 하정우, 최민식, 유해진 등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출연해 개봉 몇 달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제작비 100억원 이상씩 투입된 데다 CJ,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배급사에서 여름철 극장 성수기에 내놓은 야심작들이다.

23일 <해적>을 마지막으로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언론 시사회를 마쳤다. 세 작품은 ‘사극’이라는 큰 틀에서만 공통점이 있다. 각기 저마다의 스타일과 코드, 흥행 포인트를 드러내고 있어 겨냥하는 주관객층도 뚜렷이 구분된다.

경향신문

‘군도:민란의 시대’



경향신문

‘명량’



경향신문

‘해적:바다로 간 산적’


<군도>는 단언컨대 ‘오락영화’다. 조선 철종 13년에 실제 일어난 민란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 조명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사극보다는 서부극에 가깝다.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의적떼 뒤로 웅장한 서부극의 배경음악이 깔린다. 무협영화 같기도 하다. 조선시대 의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복장의 배우들은 식칼, 철퇴, 활을 들고 싸운다.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영웅물 스토리를 좋아하는 관객은 <군도>를 즐겁게 감상할 것이다. 하지만 사극에서 주는 묵직한 울림을 선호하는 관객은 영화가 너무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정통 사극을 원하는 관객에겐 <명량>이 적당하다. <명량>은 한동안 스크린을 채우던 ‘퓨전 사극’과는 거리가 멀다. KBS <용의 눈물>과 오히려 더 가깝다. 화려하지 않고 무게감이 있다. 영화는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순신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고독한 영웅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러닝타임 절반을 할애한다. 후반부에서는 61분간의 해상 전투신이 이어진다.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에서처럼 잔꾀 없이 투박하고 빠른 액션들이 몰입감을 높인다. 그러나 영화는 영웅 한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 류승룡, 조진웅과 같은 명배우들도 역할의 한계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영화의 스토리에서 재미를 찾거나 다양한 배우들의 감초연기를 보고 싶다면 <명량>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해적>은 ‘가족 영화’다. 사극보다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더 가깝다. 잔인한 액션신이나 자극적인 설정 없이 동화적인 스토리로 영화를 끌어나간다. 옥새를 삼킨 고래를 쫓는 해적, 산적, 관군들이 충돌하는 장면들은 만화같이 아기자기하다. 영화 <미스터 고>의 컴퓨터그래픽(CG)팀이 참여한 고래 CG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적>은 여름철 워터파크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다. 배우 유해진의 넉살맞은 표정과 개그는 군데군데에서 영화의 감칠맛을 더한다. 동화와 같이 아기자기한 스타일을 싫어하거나 사극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해적>에서는 큰 재미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군도>를 시작으로 <명량>은 30일, 해적은 다음달 6일 개봉한다. 과연 어떤 영화가 여름철 극장가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될까.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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