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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소설 유령의 핵항모]제283회 전쟁의 광풍이 몰려온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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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은기·소설·유령의 핵항모>

어쨌든 그들은 서울을 수일 만에 함락시키고 남쪽으로 내달았는데, 낙동강에서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났다. 미군이다. 이번엔 상대가 달랐다. 그들은 일본군하고는 차원이 다른 전쟁의 도사들이었다.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국을 이길 줄 알고 있었다.”

항상 이겨 왔기 때문이다. 청일전쟁, 러일 전쟁, 중일 전쟁, 언제나 우리는 승자였다. 대검을 총에다 꽂고 백병 돌격하면 그야말로 상대는 추풍낙엽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하수(下手)와 싸워왔다는 걸 몰랐다. 드디어 고수(高手)를 만난 것이다. 만주 궁장령에서 사단 전체가 야습을 감행, 러일 전쟁에서의 승기를 잡은 그 휘날리는 일본육군 제2사단은 백병전에서, 세계 최강이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가달카날 섬에서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시쳇더미로 돼 버렸다. 백병 사단이 백골 사단으로 변한 것이다.
그게 미군의 진짜 실력이었다.
특히 화력에서 압도적이었다. 공포와 전율이었고 무시무시했다.

북한 땅에는 뭐 하나 남아나는 게 없게 된다.
모든 도시는 숯검정 처럼, 검게 그을리고 부서진 벽돌과 기왓장 천지로 변하고, 모든 공장과 모든 철도, 철교, 항구는 물론이고 기간산업들이 고철 쓰레기로 변할 것이다.
온전히 남아나는 게 하나 없는 그야말로 처절한 폐허가 될 게 자명하다.
북한 권력층의 젊은 시절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름다운 연애의 시절도, 시와 고전을 읽던 지성의 시대도 전혀 가질 수 없는 전쟁과 폐허의 시대. 그래서 이들은 무력이라는 것에 대해, 절절한 가치관을 둔다. 무력이 없으면 처절하게 당한다! 일본한테는 나라를 빼앗겨 36년 동안 수탈을 당했으며, 미국한테는 4년여 동안, 나라가 완전히 절단 났다.(북한의 인민들은 남한과 미국의 북침으로 세뇌를 받아 왔다.)
그래서 이들은 전 국토의 요새화와 함께, 전 인민의 전투 역량화를 견지하며 줄기차게 고단하면서도 헛된 인생을 보낸 것이다. 그게 바로 2천 수백만 명밖에 안 되는 지독히 가난한 나라에서, 정규군 백만 명 플러스 거의 8백만에 육박하는 후방 예비군을 보유하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재래식 전투국가’의 탄생 이유이다.

북한하고의 전쟁은 어렵다.
될 수 있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전쟁한다면 출혈이 너무도 크다.
북한 체재의 안정이 대한민국에 유익한 것도 이런 이유다.
안정은 곧바로 휴전선의 평온으로 귀결된다.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늙은 장령(장군)이나 그 후배들, 다시 말해 군부가 권력을 잡기보다, 민간 관료를 위시한 김정일이나 그 아들 김정은이 잡고 있는 게, 그나마 나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리고 또 중요하고도 상당히 결정적인 것은 북한 체재의 안정이라는 게, 결코 안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붕괴의 서막이며 그 길로 들어서는 과정일 뿐이다.

<계속>

기획 ㈜미디어바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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