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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아직 웃을 수 없어요”… 음악 끈 커피숍, 한산한 안산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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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한달 여전한 충격과 아픔

“눈물은 말랐지만 아직 웃을 수가 없어요. 그게 안산사람들의 심정일 겁니다.”

15일 안산시 고잔동 중앙광장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상복씨(55)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후 8시 이후 인근에 법원 등 관공서와 대형 할인매장, 백화점, 음식점 등이 즐비해 있지만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카페나 식당에도 손님이 앉은 테이블은 한두 개에 불과했다. 김씨는 하루종일 손님을 거의 태우지 못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이랬다. 사고 이후 택시에 음악과 라디오를 틀지 않았다. 유족이 탈지도 모르는데 라디오를 듣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유족들에게는 미안하고….”

의류·신발 매장이 밀집돼 있어 ‘안산 명동’이라 불리는 고잔동 중앙역 앞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역 맞은편 스타벅스 매장의 바깥 유리창에는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틀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밤에도 거리는 썰렁했다.

경향신문

경기 안산시 중앙역 부근 상가들이 15일 가게 문 앞에 노란색 추모깃발을 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로 거리가 한산하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택시기사들 라디오도 안 틀어… 거리에 인적 없어 적막

음식점·노래방 등 매출 반토막… 상인들 “임대료 걱정”

“언젠가 일상 돌아가야 하는데, 미안해서…” 고통 토로


중앙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씨(51)는 “이 지역의 임대료가 600만원가량 하는데 매출은 뚝 떨어졌다”며 “매출은 떨어져도 임대료는 내야 하는데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 판매업소 대부분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침몰사고 이후 안산지역의 음식점, 노래방 등은 50% 이상 매출액이 감소했다. 의류·패션·숙박업은 30~50%, 유통업·소매점 등은 10~30%가량 매출이 떨어졌다.

안산시가 소상공인 특례보증금을 지원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상인들과 법인택시 기사들은 임대료·사납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 달 내내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애끓는 곡소리로 가득했던 장례식장조차 썰렁했다.

수색작업이 지연되면서 13일 부터 사흘동안 안산 내 장례식장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발인은 없었다. 16일에는 단원고 김모 교사, 17일에는 단원고 학생 1명의 발인이 예정돼 있다.

유족들 역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전모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단원고 앞 세탁소는 자물쇠로 굳게 잠긴 채 “용무가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노란 쪽지에 붙은 추모메시지와 동네 주민들이 놓고 간 과자, 우유 등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탑승 수학여행단 전원 구조’ 소식에 “내일까지 쉽니다”라는 쪽지를 붙여놓고 진도로 향했던 전군의 부모는 7일 “우리 아이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단원고 학생의 학부모가 운영하는 다른 슈퍼는 문을 열었지만, 친척이 대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 수많은 메모가 붙어있었던 문구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동생이 단원고에 재학 중이라는 대학생 ㄱ씨(22)는 “같은 교회 아이들도 배에 타고 있었는데 무심코 ‘부모가 동생을 1년 일찍 낳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가 그 사실 자체로 미안하고 괴로워했다”고 했다.

“첫주에는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빌고, 그 다음주에는 교회 주보에서 부고를 접하고, 지난주에는 장례를 치른 어머니가 아파서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음주에는 또 무슨 얘기가 나올지….”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4000여명이 찾아 누적 방문자 수는 33만2500여명이다.

<안산 |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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