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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착각ㆍ먹튀ㆍ분쟁…부동산 부가세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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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생산 및 유통의 각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조세’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의 사전적 정의다. 물품을 구입ㆍ거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소비세이자 거래세다. ‘부동산 상품’ 대부분엔 부가세가 붙는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는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미분양 계약 시 부가세 관련사항이 고지되지 않아 자신의 집값을 착각해 생각지도 않은 손해를 입는다. ‘부가세 환급’을 악용한 이들은 사기를 치기도 한다. 상가거래에선 별도로 매겨지는 부가세를 두고 발생한 분쟁도 꾸준하다.

▶ 중대형 아파트 취득가격엔 ‘부가세 포함’ = 임 모(43)씨는 작년 9월께 경기 용인 죽전의 한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공급면적 171.6㎡)를 계약했다. 분양가는 6억2000만원. 당시 4.1부동산대책의 양도세 한시 면제대상 중 하나는 ‘취득가액 6억원이하 또는 전용 85㎡이하인 미분양주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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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품’ 대부분엔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는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사진은 최근 상가(점포)계약 과정에서 부가세 관련 분쟁이 있었던 서울 강남의 한 중형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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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임 씨는 개의치 않았다. 부가세가 제외된 취득가액은 분양가보다 낮아질 것을 예상해서다. 이 주택의 부가세는 분양가의 7%선. 4300만원 가량이 빠지면 취득가는 5억7000만원대로 양도세 면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임씨는 결국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아파트 취득가액은 곧 분양가(6억2000만원)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결국 취득세도 700만원정도 더 냈다. 임 씨는 “과거 오피스텔에 투자했을 땐 양도세 계산 시 부가세를 뺀 분양가가 취득가액이었는데, 아파트는 다르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택 건축가의 10%인 부가세(토지분은 면세)는 조세특례제한법 상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85㎡ 미만은 면세)에 포함해 매겨진다. 이는 땅값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 분양가 대비 3%, 비(非)강남지역은 5∼7% 선이다. 이렇게 매겨진 분양가는 곧 취득가격이 된다. 반면 오피스텔 부가세는 분양 시 사업자등록을 하면 양도세 계산에서 빠진다. 보통 오피스텔 분양계약서에 분양가액과 부가세를 ‘별도’로 명기하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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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대형 아파트 분양계약서엔 분양가액에 ‘부가세포함’을 기재한다. 문제는 이를 계약자에게 알리지 않는 분양상담사가 절대다수라는 것.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상담사 70∼80%는 분양가에 부가세가 들어있단 걸 고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품을 ‘파는 데’ 도움이 안 돼서다. 현재 중대형 미분양을 판촉 중인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 A씨도 “부가세는 분양상품 판매의 셀링(selling)포인트가 아니고, 계약서엔 이를 작게 써 넣어 알아보기도 어렵다”며 “(취득가액의)부가세 포함 사실을 알리는 게 의무도 아닌데…(고객이) 당연히 알겠지 싶어 그냥 넘어가는 게 90%이상”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이 관계자가 맡은 경기도 B단지는 분양가 6억3000만원대 중대형 미분양이 70여가구다. 4월 현재 단지 내 총 미분양의 42%다. 취득가에 부가세가 빠질 것으로 착각하고 ‘6억원 이하 취득세 감면’을 기대해 계약할 수 있는 물량이 그 정도란 의미다. 인근 C단지도 같은 조건의 미분양이 80가구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양도ㆍ취득세 등 각종 혜택이 발표된 작년 4월∼올 2월 간 팔린 부가세 대상 중대형 미분양은 전국 8325가구다.

이 중 분양가 6억원 이상 주택이 밀집한 서울ㆍ경기에선 4131가구가 계약됐다.

▶ ‘부가세 환급금 먹튀’ 사기사건도 = 올 2월엔 주택매매업자로 등록하면 부가세 환급이 가능하단 사실을 악용해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 수십 채를 허위매수한 일당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황 모(45ㆍ여)씨 등은 재작년 9월 부산의 장기미분양 아파트 41채(전용 174∼200㎡ㆍ287억원 규모)를 타인 명의로 사들였다. 이름을 빌려 준 9명은 모두 일용직ㆍ무직자 등 저소득층이었다. 황 씨 등은 주택매매업자로 등록하고 환급된 부가세 16억여원을 챙겼다. 이들에게 182억원(분양가 63%가량)을 주택담보대출로 빌려 준 3개 금융기관의 손실도 막대했다.

황 씨 등이 부가세를 돌려받고 ‘먹튀’ 한 뒤 주택 잔금과 대출 원리금을 거의 내지 않아 이 아파트들이 경매로 넘어가서다. 이들이 챙긴 돈 총액은 건설사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내 준 이자ㆍ취득세 지원비를 합쳐 28억여원 정도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부가세 환급을 악용한 부동산 사기는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크고 작은 규모로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상가 매매계약 ‘부가세 분쟁’ = 신축 상가 분양업체와 계약자 간에도 부가세 문제가 불거지곤 한다. 분양 계약서에 표기되지 않은 부가세가 분양가 포함인지 별도 부과인지를 두고 양측 입장이 충돌해서다.

상가의 부가세율도 주택과 비슷하다. 상가 건물가액의 10%다. 통상 분양금 총액의 5∼7%선이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상가를 분양 받았다면 2000만∼2800만원에 이르는 부가세가 매겨진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부가세를 거꾸로 매도자가 내지 않으려면, 상가 매매계약 시 ‘부가세 별도’ 항목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약서에 이를 안 쓰면 분양금액에 부가세가 포함돼 매수자는 별도 납세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과세당국의 해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매장(1층, 분양가 28억원대)을 공급한 한 분양업체는 ‘부가세별도’ 언급이 없는 계약서를 발행해 세금 1억원 가량을 매수자 대신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는 “(이같은 사례가) 전체 상가 거래에서 10~20%정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계약 건 대부분에 부가세가 관련돼 있는 만큼, 매도자는 세 부과사실을 반드시 알리고 매수자도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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