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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짐싸는 前동료의 퇴직금도 영업대상, 씁쓸한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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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위로금을 받고 잠시 쉬다가 다른 회사로 가면 됐지만 이제는 어디 갈 데도 없어요. 다른 증권사들도 전부 '명퇴'(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니 그냥 최대한 버티는 게 낫다는 거죠."(모 증권사 L모 부장)

증권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여의도 증권가가 뒤숭숭하다. 구조조정안이 최근 나온 증권사에서는 직원들끼리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명퇴 접수가 곧 마감되는 증권사에서는 동료였던 퇴직예정자의 위로금을 대상으로 영업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하나대투증권은 오는 24일까지 부부장급 이상의 경우 3년 이상 근속자, 차장급 이하의 경우 7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한다. 특별퇴직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10개월에서 최고 24개월치 임금으로 책정된다.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최소 150~200명 정도가 감축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이미 구조조정이 예고돼 왔던 상황이기 때문에 큰 동요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영업지점 근무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며 "딱히 옮길 만한 다른 증권사도 없는 상황이라 이 참에 아예 증권시장을 떠나겠다고 마음 먹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명퇴 신청을 할 지 짐작되지 않는다"며 "인사부서에서 퇴직을 바라는 직원들의 '살생부'를 가지고 있을텐데 다음 주 접수마감 시한이 다가와야만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을 시한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는 삼성증권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같은 사무실 내에서도 신청자와 미신청자가 같이 근무하고 있으니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과장급에 대해 최고 1억9000만원, 부장급에 대해 최고 2억6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역시 명예퇴직 인원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300~4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설이 있다.

직원들은 증권업 자체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 2억원의 위로금을 받고 잠시 쉬다가 이직할지, 끝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끝까지 버티고 있다가 나중에 위로금도 못 받고 전출이나 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돌고 있다.

NH농협증권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투자증권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합병주체인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직원 400명을 감축하고 24개월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며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나섰다.

대신증권 역시 상반기 중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인원감축 규모나 퇴직자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불안감이 팽배하다.

한편 일부 증권사에서는 퇴직자의 위로금을 유치하기 위한 영업이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도 돈다. 한 때 동료였던 이들이 퇴직하게 되면 일시에 2억~3억원에 이르는 위로금을 받게 되는데 이 돈을 유치하기 위한 각 증권사 퇴직연금부서의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침체가 지속되는 증권업계의 씁쓸한 단면이다.

박준식기자 gs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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