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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우리가 보는 세상] 보호해준다는데 싫다는 설계사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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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너무 당연히 가입해 있는 산재보험. 그런데 이 산재보험을 마다하며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보험설계사들이다. 지난 15일에는 설계사 대표들이 산재보험 강제 가입에 반대하는 8만 여명의 연대서명을 들고 고용노동부를 찾아갔다. 이들은 오는 22일 국회 법사위원회가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할 경우 전국적 집회 등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08년 사회 안전망 확대 차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종사자들(골프장 캐디, 레미콘 기사, 학습지 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부담하는 조건(일반 근로자는 본인이 보험료 안 냄)이었다. 하지만 이때 '적용제외 신청'이란 조항이 따라붙었다. 본인이 원할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재 설계사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0%를 밑돈다.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4.6%(손보사 전속은 11.1%)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산재보험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의 산재가입을 암암리에 막고 있다고 해석한다.

보험사들은 이번 일이 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고 각종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로 당연히 의무화에 반대한다. 문제는 실제로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될 설계사들이다.

산재보험 가입에 반대하는 설계사들은 자신들이 다른 '특고'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다른 특고 노동자와는 달리 산재 위험도가 낮아 가입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들어주는 단체보험과 설계사 개인이 가입하는 각종 일반 보험으로 '충분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정부는 단체보험은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에 국한된 얘기이며, 대다수인 70% 이상의 설계사들은 단체보험 가입도 안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산재보험 가입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지가 굳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려 타협점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제도 도입에 앞선 정부의 노력이다. 설계사들이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은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궁금하다.

산재보험 가입이 설계사 보호에 그토록 중요했다면, 부처 간 협조를 구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보험사들의 '방해'도 훨씬 줄었을 것이고, 설계사 스스로 산재보험 가입을 택한 비율도 높아졌을 것이다.

또, 만일 설계사들 말대로 '산재보험'이 이들에게 정말로 소용이 없다면 산재보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설계사들의 반발 이면에는 산재보험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수영기자 im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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