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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구조했다는 승무원 3명 ‘선원 명부’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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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원 명부’ 입수… 휴가 중 갑판장 승선자로

명단에 없는 사망자도 나와… ‘숫자 파악’ 혼란 계속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탑승자와 구조자 숫자가 사고 3일 만에 또 바뀌면서 정부가 집계해 발표한 자료를 전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해경이 작성한 구조자 명단에는 경향신문이 확보한 선사 측 선원명부(사진)에 없는 3명의 이름이 더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실종자·구조자 수 정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오류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이 18일 입수한 세월호 선원 명부에는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기관사, 조리사, 매니저, 아르바이트까지 승무원 30명의 이름과 보직 등이 적혀 있다.

한편 해경이 세월호에서 구조된 사람의 신원을 성명과 생년월일, 성별, 신분 등으로 번호를 매겨가며 정리한 구조자 명단에는 선원 22명이 구조된 것으로 나와 있다. 양쪽의 명단을 비교한 결과 해경에서 작성한 구조자 명단에 선원으로 분류된 최모씨(1956년생)와 오모씨(1994년생), 송모씨(1995년생)는 선원 명부에 없었다.

경향신문

선원 명부도 믿기 힘들었다. 구조된 승무원들을 통해 중복 확인한 결과 이 명부에 적힌 갑판장 고모씨는 당시 휴가 중이어서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승선자 명단에 없는 사람이 시신으로 인양되기도 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재범 기획관리부장은 “승선자 명단에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을 갖고 “폐쇄회로(CC)TV와 발권 당시 승객이 직접 작성한 이름과 생년월일로 신원을 확인했다”며 “작성하지 않은 사람은 미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승선자 명단에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 추가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승선권을 구입하지 않았다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배를 타려면 표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수년 동안 일하면서 얼굴을 알게 된 화물트럭 기사들은 한 장의 표를 끊고 여러 명이 탑승하는 경우가 있다. 화물트럭 기사 부인도 표를 끊지 않고 타는 경우가 있다. 침몰한 세월호에는 50여대의 화물트럭이 실려 있었다.

선사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부와 해경이 작성한 명단 모두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이날 밤늦게 탑승객과 구조자 수를 변경하면서 정부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청해진해운이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세월호 출항 전 제출한 점검보고서도 정부의 집계와 다르다. 선사 측은 승선 여객 450명,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기재해 운항관리실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앙재난대책본부가 파악한 바로는 총 승선인원은 이날 현재 476명이다. 보고서에 적힌 450명과는 26명의 차이가 있다.

화물 또한 사고 이후 청해진해운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에 실린 화물은 1157t, 차량은 180대다. 실제보다 화물 500t, 차량 30대를 축소 보고한 것이다. 이처럼 엉터리 신고가 가능한 것은 확인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출항 전 점검보고서는 선사들의 모임인 한국해운조합이 운영하는 운항관리실에만 제출될 뿐 해양경찰이나 지방해양항만청에는 전달되지 않는다.

해경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승선 데이터 자체가 부정확한 상황이라 그 뒤에도 일치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구조자도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일일이 대조하지 않는 이상 승선자 확인을 정확히 하기 어렵다”면서 “여러 문의가 있어 관련 부서에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틀렸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도 | 강현석·배문규·박준철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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